몸싸움·막말 등 전투력 강요
군대문화·남성 중심 사고 여전

최근 국회는 예산안과 이른바 ‘MB악법’ 등으로 인한 여야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폭언과 폭력 사태들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남성·다선 정치인들보다 싸움에 익숙지 못한 여성 의원, 초선 의원들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다수의 초선·여성 의원에 따르면 각 당내에서는 몸싸움과 말싸움을 잘하는 등 강한 투쟁력을 발휘하는 의원이 ‘쓸 만한’ 전력으로 선호되는 현상이 존재한다.

지난 13일 예산안과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부자감세 저지’를 내세우며 의장석 점거를 시도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저지한 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한 치하 발언은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박 대표는 특히 이정희 민노당 의원 등을 의장석에서 끌어내린 한나라당 초선 여성 의원들에게 “놀라운 전투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여성 의원들이 원내 투쟁 현장에서 그렇게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마치 전쟁터에서 적군과 싸워 승리한 병사들을 치하하는 지휘관의 태도로 군대문화, 남성 중심적 사고가 물씬 풍기는 대목이다.

한 여성 의원은 “싸움을 잘 못 하면 상임위에서 자리도 뒤로 물릴 정도”라며 정당에서 의원들의 전력화 현상에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각 회의장에서 잘 싸우지 못하면 전력에 차질이 있다고 보고 은근히 무능한 의원으로 치부하거나 정치력을 낮게 평가해 중요한 사안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의원들의 전투력에 대한 당내 강요는 남성 의원들보다 여성 의원과 초선 의원들에게 더욱 집중된다.

여당의 한 여성 의원은 “재선·삼선 의원만 해도 반대당 의원들을 저지하러 나가지 않는다. 그들은 언론에 그런 (실랑이 하는) 모습이 비쳐지면 여론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며 “결국 초선 의원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따라서 초선·여성 의원들의 투쟁에 대한 강박감과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정치는 대국민 쇼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나라당의 한 여성 초선 의원도 ‘여성 의원을 여성 의원 손으로 끌어내리는 전략’에 어쩔 수 없겠지만 자신은 너무 괴롭다고 내게 말했다. 나 역시 너무도 괴롭다고 했다”고 밝혔다. 몸싸움·막말 정치는 과거 정치권에서도 되풀이된 구태정치의 유물이다. 과거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들이 싸움에 동원되는 풍경이 연출 되기도 했다.

17대 국회에서는 2006년 5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6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의장석을 돌진하다 여당 의원들에게 제지를 당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격분한 송 의원이 반대당 의원들에게 “정신병자들이야”라고 막말을 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 2004년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에서 여야 의원 간 몸싸움 과정에서 여성 의원들이 소속 상임위가 아닌데도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차출’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정무위에는 나경원, 이혜훈, 이계경 의원 등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이 여당 남성 의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패’로 동원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혜훈 의원은 당시 “여성을 동료로 여기지 않는 풍토가 여전한 상황에서 당내 ‘궂은 일’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다하면 아예 설 땅이 없어진다”며 정치권 내의 여성 의원들의 역할과 위치의 한계를 토로했다.

한편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은 2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와 현재 진행 중인 국회 상황과 관련해 ‘국회폭력 근절선언’을 했다.

강명순, 나성린, 손숙미, 안효대, 원희목, 이은재 의원 등 6명은 정치인들이 폭력보다는 대화와 논리적인 토론과 협의로 국회가 운영되길 희망하면서 앞으로 국회폭력 근절을 위한 대국민서명 운동 전개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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