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 명에 이른 ‘코피노’ 유감
1 만 명에 이른 ‘코피노’ 유감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8.12.26 12:00
  • 수정 2008-12-26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끄럽다’ 등 댓글 2500개
인터넷 포털뉴스에 ‘아이에게 아빠는 죽었다고 말했어요’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한 뉴스 매체에서 한국인 아빠가 있지만 ‘아빠 없는 사생아’로 내몰리고 있는 ‘코피노’ 아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기획 취재한 기사로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코피노’란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필리핀인들이 부르는 말.

기사에서는 “아이가 커서 누군지도 모르는 아빠를 찾아 나설 수도 있고, 행여 아빠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비뚤게 자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아빠는 죽었다고 했다”는 한 필리핀 여성의 인터뷰가 실렸다. 장래 아나운서를 꿈꾸는 대학생이던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골프장에서 일하다 한국인 골프 관광객을 만나 아이를 갖게 됐다. 혼자서 낳아 기른 아이는 이제 여섯 살이 되었다고 한다. 취재진이 아이에게 ‘아빠가 보고 싶은가’라고 묻자 아이는 “하늘나라에 계시는 아빠를 나중에 만나면 ‘사랑해요.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겠다”라고 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했던 아이 엄마는 현재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같은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40명 중 10명이 한국 남자의 아이를 기르고 있다고 했다.

기사가 올라오자 “수치스럽다” “무책임하다” 등 한국 남성들의 반인륜적 행태를 성토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할 말이 없다. 애들이 무슨 죄인지” “욕망에 눈이 멀어 선량한 사람 인생을 망치는구나, 자기 핏줄이 저렇게 힘들게 사는 걸 보면 기분이 어떨까?” 등의 글도 연이어 올라왔다.

“‘사랑해요. 보고 싶었어요’라는 아이의 마지막 말이 가슴 찡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음을 언급하며 자중할 것을 당부하는 글들도 있었다.

코피노와 관련된 문제는 2006년 미국 프로풋볼 MVP인 하인즈 워드 방한 이후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회적 주목을 받았었다. 그해 4월 정부는 코피노 등 외국에 버려진 한국인 2세들이 국적 취득을 원하지만 아버지가 인지를 거부하는 경우, 사진 등 객관적으로 친자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국적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법조계와 학계는 “친자 확인 과정에 유전자 검사 등 과학적 절차가 도입되지 않으면 국적 취득을 위한 편법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적은 국가 동일성의 문제로 국적이 남발되면 국민의 통일성이 무너지고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등 부작용이 증폭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2007년 4월에는 MBC PD수첩이 코피노의 문제를 다뤄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 해 필리핀 영어 연수생이 4만 명에 달하고, 그 중 일부가 현지 여성과 동거를 하거나 성관계를 맺고 있으며 아이가 생기면 귀국해버려 연락을 끊고 있다는 행태를 고발했다. 당시 방송 내용이 인터넷에 옮겨지면서 이러한 한국인들의 행동을 부끄러워 하고 개탄하는 댓글이 2500개 이상 달렸었다.

지난 12월 12일에는 대전외국인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내년부터 필리핀 현지에서 코피노 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마닐라 인근 지역 NGO와 공동으로 코피노 모자를 위한 언어와 컴퓨터, 미용, 요리 등의 기초지식 및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의료봉사단을 파견하는 등의 의료지원 사업도 펼치기로 했다는 것.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공동모금회 지원금 1억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현재 코피노의 숫자는 5년 전 1000명 정도이던 것이 최근 1만 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의 수는 65만 명에 달한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서 ‘코피노 급증’과 관련된 기사를 크게 다루는 등 한국 남성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이제 국내를 넘어 국가적인 수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