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여성취업률 20.1%…5년 만에 최저치 기록
기업들, 불황 맞아 ‘여성은 유휴 인력’ 채용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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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면접을 치른 H대 여학생 유모(23·산업공학과 4학년)씨는 면접 중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면접 인솔자가 대기 중인 그에게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두기 때문에 채용을 잘 안 하고 면접 때도 관심 있게 물어보지 않는다”는 말을 던졌기 때문. 올 한 해 동안 34개 기업에 원서를 넣었다 고배를 마신 유씨는 “공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취업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면접 관계자에게 직접 들으니 오기가 발동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기업까지 늘고 있어 여성 구직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상장기업 35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 여성 취업률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채용 인원 1만3799명 가운데 여성은 20.1%인 2770명로 조사됐고, 여성 채용비율이 50%가 넘는 기업은 11.7%에 불과했다.

여기에 ‘같은 조건이면 여성보다 남성을 뽑는다’는 부담감까지 겹쳐 여성 구직자들은 취업 준비 단계부터 위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K대학 취업대책위원장을 지내다 올해 하반기 유통업계에 취업한 채모(27·남)씨는 “같은 스펙이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훨씬 취업을 잘 한다는 것을 남학생들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올해 함께 입사한 동기 20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한데 이들 모두 학점, 외국어 성적이 남자 합격자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노동력을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위기 시 해고 우선순위로 여기거나 채용을 기피하는 등 유휴 노동력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선 아주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장은 “경제 불안기에는 생존을 우선시 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돼 여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남학생들보다 130%는 더 잘 해야 한다”며 “취업 준비 단계부터 위축감에 시달리고 있는 여학생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취업시장 진출 전부터 위축된 여대생들은 휴학, 대학원 진학, 인턴십 등으로 취업 시기를 미루고 있지만 내년 취업시장 상황이 얼마나 호전될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2월 지방 국립대 졸업 후 100번 가까이 원서를 써봤다는 강모(26·여)씨는 “휴학과 대기업 인턴을 하며 취업 시기를 늦췄지만, 경기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고 나이도 많아져 서류 합격도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취업 포털 ‘커리어’가 근로자 수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254개사를 조사한 결과, 금융위기의 여파로 31.1%가 채용을 보류·축소·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30여 개의 공기업도 이미 예정돼 있던 채용 계획 인원 중 1752명을 축소했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 침체기에는 구직자 수가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경기가 호전돼도 고용 상황은 빨리 나아지지 않는다”며 “졸업 시기를 늦추기보다 취업부터 한 뒤 경기가 호전되면 이직을 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남성을 선호하는 기업 문화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불안으로 기업의 남성선호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대생의 사회진출을 돕는 여성인턴쿼터제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혜경 아주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연구원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이용하거나 멘토링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닐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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