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학교’ 일성여중고를 가다
‘주부학교’ 일성여중고를 가다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12.19 12:18
  • 수정 2008-12-19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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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의 여학생들 "희망의 날개 달자"
인생 제2막 꿈꾸는 40∼80대 여성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명창으로도 활약중인 양희빈(43)씨.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명창으로도 활약중인 양희빈(43)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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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2년제 학력인정 주부학교다. 중등, 고등과정을 각각 2년씩 이수하게 되어 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살림 때문에 혹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중년 여학생들의 학구열로 학교 내부는 추운 겨울도 잊은 듯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지난 16일, 정오가 되자 시험을 끝낸 학생들이 우르르 교실마다 밀려나온다. 재학생 연령층이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지만 10대 소녀들의 학교 풍경과 다를 바가 없다. 시험이 갓 끝난 후 상기된 얼굴, 이제 끝났다는 해방감에 가벼워진 발걸음, 대걸레와 빗자루를 챙겨들고 청소하는 손길 등 그들은 학교에서만은 누구의 어머니도, 아내도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건물의 한쪽 벽면에는 2009년 대학수시 합격자 명단이 빼곡하게 적힌 플래카드가 흩날리고 있다. 

중학교 3학년 4반에 재학 중인 양희빈(43)씨는 복장이 편한 다른 학생들과 달리 곱게 빗어 올린 쪽머리에 정장을 입은 채로 시험을 마쳤다. 판소리로 국악에 입문한 지 30여 년이 된 명창인 그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용산회관에서 있을 행사에 급히 가야 하기 때문이다.

명창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뿐만 아니라 늦둥이 자녀 육아에, 우등생 자리까지 놓치지 않는 그는 교내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지난 2003년에는 판소리 부문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지난 3월부터는 ‘국악동아리’를 이끌며 학생들이 국악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동아리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늘 피곤함에 시달리면서도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배움에 대한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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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민요를 불러왔습니다. 방송국, 워커힐호텔 등 다양한 곳에서 창을 하며 국악 보급화를 위한 활동에 동참해왔지만 늘 배움에 목말라 있었어요. 후배들의 북돋움 덕분에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어느새 중학교 졸업을 앞두게 됐습니다. 몇 년 후 훨씬 발전해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냅니다.”

남편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긴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하고 공부까지 해야 하는 그의 하루하루는 만만치 않다. 며칠 전에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찾아갔다가 의사에게 몸을 너무 방치했다고 꾸중을 듣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아무리 피곤해도 공부만이 건네주는 ‘눈이 트이고 귀가 뚫리는 희열’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다”며 “지금 비밀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2년 뒤 꼭 일류대에 합격해서 후배들을 놀래주고 싶다”고 전했다. 

일성여중고의 모든 학생들은 양씨처럼 배움으로 보내는 하루하루가 큰 축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학교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순씨는 “일성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나는 가장 소중한 자신감을 얻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그동안 배움에 대한 바람을 채우지 못해 늘 고독했지만 희망의 날개를 달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갈 것”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자녀와 전쟁고아들을 가르칠 목적으로 세운 야학으로 출발해 올해 개교 55년을 맞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지금까지 4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데 이어 매년 대학 합격자 수도 증가하고 있는 평생교육의 장인 이 곳에서 오늘도 반백의 여학생들은 책을 놓지 않고 있다.

야구의 진짜 승부수는 9회 말 2아웃이라 했던가. 인생의 9회 말 2아웃에 선 그녀들은 당당하게 타석에서 홈런을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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