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정의부터 의견 엇갈려
성평등기본법 개정 해 넘길 듯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성평등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여성부의 야심 찬 계획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말 통과를 목표로 추진해온 ‘성평등기본법(여성발전기본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10월 말 초안을 완성해 놓고도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결정적 이유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여성부와 여성정책 전문가들 사이의 ‘동상이몽’에 있다.

조숙현 변호사(법무법인 한울)는 지난 13일 한국젠더법학회(회장 김선욱)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여성발전기본법의 개정 논의와 성평등의 구체화’를 주제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6월부터 두 달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축이 돼 운영한 ‘성평등기본법 개정 관련 포럼’에 참여해 개정안 법문화 작업을 담당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포럼에서 가장 빈번하게 화두에 오른 것이 바로 ‘성평등 정책’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었다”며 “여성정책 전문가들조차 성평등기본법으로의 개정 의도가 여성정책을 양성평등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것인지, 여성을 대상으로 했던 정책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는 뜻인지,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처럼 ‘양성’을 넘어서는 성을 위한 정책도 고려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여성부조차 성평등과 여성발전에 관한 명확한 개념 정립에 혼란을 겪으면서 개정 과정에서 ‘성평등 정책’은 ‘성평등기본법’에 담고, ‘여성발전’은 ‘여성발전지원법’을 따로 제정해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학계와 여성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이러한 혼란의 과정은 결국 아직까지 정책 현장에서 성평등 정책에 관한 개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러한 혼란은 성평등 정책이 성과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의 해소와 실질적 성평등의 실현이 아닌,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비율적 평등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남녀 간 ‘동상이몽’도 문제로 제기됐다.

함께 포럼에 참여했던 차인순 국회 여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이날 학술대회에서 “여성들은 성평등 정책으로의 전환을 여성정책이 그동안 받아온 ‘여성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오해를 해소하고 여성정책의 본래 목표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남성들은 ‘남성 차별’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성평등으로의 전환이 지향하는 목표를 보다 분명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 심의관은 “그동안 여성정책은 성폭력 피해 남성의 상담 지원, 아버지들을 위한 평등가족 교육 프로그램, 배우자 출산휴가 도입 등 정책 수혜자로서 남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며 “성평등을 남성 혹은 여성의 이익과 손해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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