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에서 인기 끄는 유행 ‘건배사’

연말 송년 모임으로 술자리가 잦아지는 요즘이다. 이런 자리에서는 으레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자는 의미의 건배사를 하기 마련이다. 재미있고 멋진 건배사로 건강과 행복을 빌고 분위기도 띄워 보는 것은 어떨까. CEO를 비롯해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건배사들을 모아봤다.

◆ 사랑과 우정 추구형 = 지난해 최고 히트 친 건배사 ‘당신멋져’(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에 이어 ‘변하지 말고 사랑하자 또다시 만나자’는 뜻의 ‘변사또’가 올해의 새로운 유행 건배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사랑과 우정으로 가슴 따뜻한 겨울을 만들자는 건배사로 ‘무조건 시방부터 로맨틱한 사랑을 하자’는 의미의 ‘무시로’와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의 줄임말인 ‘사우나’가 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은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도 있다. 아내로부터 특별히 사랑받고 싶다면 ‘남자의 존재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란 내용의 건배사 ‘남존여비’를 외쳐 보자. 

◆ 장수·행복 기원형 = 젊음은 열정만 있으면 되는 것.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나이아가라’(나이야 가라)는 중장년층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숫자를 활용한 재미있는 건배사도 인기몰이 중이다. ‘99881234’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앓고 3일째 떠나자’란 뜻이며 ‘9988231’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벌떡 일어나자’는 의미다. 생활습관으로 건강해지자는 ‘일십백천만’도 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좋은 일을 하고, 10회 이상은 큰소리로 웃고, 100자 이상 쓰며 1000자 이상 읽기, 그리고 1만보 이상 걷기를 다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배사로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해도 무지 행복하게 살자)를 외치며 모든 이들의 행복을 기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외에도 흥을 돋우고 편안함 속에 분위기를 고조시킬 때는 ‘니나노’(니랑 나랑 노래하고 춤추자), ‘지화자’(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만들자), ‘개나리’(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랙스 하자)를 활용해 보자.

◆ 애국지사형 = 최근 경제상황이 어렵다 보니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자는 마음에서 거국적인 단합을 도모하는 건배사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 중 1위는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해). 이와 비슷한 의미로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한다는 뜻의 ‘개나발’도 있다. 좀 더 큰 뜻을 담는다면 ‘조통세평’(조국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과 ‘세우자’(세계를 향해 우리 함께 달리자)를 외쳐본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의 발 전이 나라의 발전’이란 뜻의 ‘여발나발’이 인기.

◆ 미래지향형 = 가장 흔히 외치는 건배사로는 단연 ‘위하여’가 으뜸이다. 끝 글자를 달리해 정치권, 학교 등 모임의 성격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변한다. 여당은 ‘위하여’, 야당은 ‘위하야’로 한다. 고려대 동문들은 ‘위하고’, 연세대 동문들은 ‘위하연’ 또는 ‘위하세’, 서강대 출신이거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위해서’로 바꿔 사용한다. ‘진달래’(진실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를 힘차게 외치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활기차고 희망적이기를 기원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 건배사는 선창으로 외칠 때, ‘물안개’로 이어지는 다소 야한 의미를 담은 비공식 버전도 있다.

◆ 자기 절제형 = 연말 술자리 모임에서 흥청망청하지 말고 스스로 적당히 마시자는 취지에서 요즘 뜨고 있는 여성 가수 그룹 ‘원더걸스’의 인기를 반영한 건배사 ‘원더걸스’가 유행이다. ‘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의 줄임말이다. 술을 절제하고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란 뜻의 ‘초가집’과 ‘마시고 돈 주고 나가자’는 뜻의 ‘마돈나’도 익살스런 표현이다.

◆ 외국어형 = 최근에는 다양한 외국어 건배사도 등장했다. 이탈리아어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기자)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건배사. ‘내 탓이오’라는 라틴어 ‘메아 쿨파’와 ‘가진 것을 서로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며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관계’라는 그리스어 ‘코이노니아’도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아프리카어 ‘하쿠나 마타타’(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나 스페인어 ‘스페로 스페라’(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건배사로 힘을 실어 주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