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계약 ‘쿨링오프’로 해결
원치 않는 계약 ‘쿨링오프’로 해결
  • 천경희 / 소비자학 박사,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8.12.19 11:48
  • 수정 2008-12-1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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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허리가 아파 고생을 하던 주부 최보명(47)씨는 지난달 건강식품 판매원이 허리 통증에 특효가 있다는 제품을 권유하면서 판매원이 포장박스를 개봉하고 건강식품 1봉지를 권해 복용했다. 제품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기로 하고 신용카드 12개월 할부 결제(135만원)를 했다. 개봉한 포장박스는 처리해 준다며 판매원이 회수해갔다. 제품 구입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충동구매를 한 것 같아 다음날 해약을 요구했으나 제품 및 포장박스 훼손을 이유로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제품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제품의 구매를 인정함으로써 비이성적이거나 충동적인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국가가 법적 기준으로 제정하고 있다.

이를 소비자의 청약철회, 또는 쿨링오프(숙고), 냉각기간이라고 한다. 민법에서 계약은 청약과 승낙에 의해 성립하며 원칙적으로 청약은 철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자신이 냉정한 상태에서 정말로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 어떤지를 생각하게 하고 사업자로 하여금 기만이나 강압에 의한 판매를 자제하게 하기 위해 방문판매법과 할부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등에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청약철회권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민법상 대원칙의 예외를 소비자보호를 위해 특별히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철회권이 인정되는 이유로 한국소비자원 상임이사인 이강현 박사는 “소비자는 돌연한 방문에 놀라서 냉정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구입 권유를 받게 되고 소비자가 문제의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한다고 사전에 미리 생각해 두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소비자의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판매원의 교묘한 언행에 의하여 실제로는 계약할 의사가 없으면서 결국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소비자가 다른 상품과 비교하지 못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등 여러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원치 않는 계약을 하거나 판단 착오로 계약을 했을 때 소비자가 일정 기간까지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냉정해져서(cooling off) 다시 생각하는 기간을 계약자에게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흔히 외판원의 끈질긴 권유나 친척 또는 친구 간의 의리 때문에 계약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채 계약하는 예가 많아 이와 같은 제도가 생겼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는 방문판매로 구입한 제품에 대해 계약서를 교부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앞의 사례의 주부 최씨는 그 기간 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쿨링오프 기간은 모든 경우와 상품 및 서비스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며 상품의 종류, 서비스의 사용 영역, 그리고 소비자의 사유로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등의 제한 조건 등이 있다. 방문판매의 경우는 14일 이내에, 할부거래와 전자상거래에 의한 판매의 경우는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해 구매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철회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현행 7일에서 14일로 연장하는 법안을 2007년 최구식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국회에 제출했는데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에 청약철회를 원하는 경우에는 청약철회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서면을 발송해야 한다. 우체국에서 발송 대행을 해주는 내용증명을 3부 작성하여 사업자에게 1부 발송하고 본인과 우체국에서 각 1부씩 가지고 발송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용증명은 발송한 날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충동적으로 제품을 구입한 이후에라도 이러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청약철회, 쿨링오프 제도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가는 비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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