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제1010호 19면 오피니언난에 게재된 김용민 시사평론가의 세상읽기 ‘강 의원님이 짐을 싸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잘 읽었습니다. 국회에서 막바지 예산안 처리로 야당과 새벽까지 씨름을 하다 결국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잠을 잔 날 새벽에 책상 위에 올려진 그 글을 봤습니다. 님의 저에 대한 기대와 남다른 애정에 사뭇 고맙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 저에 대해 모르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 속에서 강남 빌라촌 한구석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있으니 짐을 싸라고 하시는데 저로 인하여 비닐하우스 옆을 지나다니면서 불편한 의원도 계시겠지만 진정으로 대안을 함께 모색하려고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많이 있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더군요.

저도 과거엔 국회의원은 별로 일도 안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막상 그 자리에 가고 보니 얼마나 많은 일이 국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지원체계를 법으로 만들고 예산 배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빈곤 가족이 이 경제 난국에서 어떻게 자활·자립하도록 도울지 그 방안 모색을 하느라 마이크로크레디트 담당자들과 간담회도 하고 정부관계 부처 사람들을 만나 법안을 만들고 정책 대안을 함께 논의하느라 8개월을 훌쩍 보냈습니다.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쁘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 제가 가장 잘 하는 것이 빈곤 관련 문제를 어떻게 사회복지 정책으로 풀어낼까 하며 오직 그것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저와 뜻을 같이해 주는 동료 의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빈곤문제에 관심을 가진 한나라당 의원들입니다.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은 빈곤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고 정책을 세우는 일에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18대 국회에 들어와 빈곤퇴치연구포럼 42명 국회의원 중 한나라당 37명, 민주당 4명, 선진당 1명이 함께 이끌어나가면서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6월 세비 반납 운동을 통하여 27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결식 아동을 돕도록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이끌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뒤돌아보면 저 역시 국회의원에 대한 편견이나 한나라당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하여 촛불집회에서 주장하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강경 진압으로 국민이 다쳐서는 안 된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하는 식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원들의 의견이 한나라당 안에서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님이 짐을 싸라는 의견에 대해 귀담아 들었습니다. 다만 “정책으로 풀겠다”는 한마디를 꺼내봅니다. 저는 국회 밖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청년 실업자, 빈농,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 문제를 해결하고, 빈곤 청소년과 아동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5년 세월 동안 만들어 놓지 못한 법적 체계와 제도적 장치 정책들을 지금 제 자리에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진정 보따리를 싸고 싶을 때는 따로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입으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회의 하다 말고 점심시간에 술잔을 기울이는 일부 정치인들을 직접 목격하게 될 때 그렇습니다.

제가 ‘국가 공무원이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면 언론에 고발하겠다. 국민들이 어려운데 무슨 낮술이냐? 공금으로 한 잔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제지하면 “맥주 한 잔이 어떠냐!” “의원이 술 몇 잔 먹었다고 뉴스에 나오지는 않을게야!”라며 술을 권하는 의원과 함께 있을 때 나는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더구나 틈만 있으면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다선 남성 의원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제지하지는 못할망정 “다른 위원회는 더하는데 이 정도 가지고 뭐 그러느냐!”라고 말하는 일부 의원들의 여성의식에 놀라 앞으로 4년을 함께 지낼 일이 갑갑해서 보따리를 싸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김용민 교수님, 과연 누가 짐을 싸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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