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지도자 역할" 지원에 앞장…선수들과 소통하며 벽 허물어

여성 최초로 태릉선수촌장을 맡아 화려한 성과를 거둔 이에리사 교수의 촌장으로서의 삶은 취임 초반부터 보수적인 체육계에서 ‘자질론’을 의심받으며 힘겹게 시작됐다.

“훈련은 코치와 감독의 역할이고 선수촌장이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 그는 선수촌에서 먹고 자며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했던 이전의 선수촌장들과 달리 항상 정장을 입고 출근하며 훈련보다 선수촌 지원에 앞장섰다.

연간 105일이던 입촌 훈련일수를 180일로 늘린 것은 지도자들의 심각한 처우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 지도자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으면 한국 스포츠의 미래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훈련일수 확보 후에는 선수촌 곳곳을 꼼꼼하게 챙겼다. 1966년에 개촌한 태릉선수촌은 1968년 그가 처음 입촌할 당시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아직까지 남녀 공용 화장실을 쓰고 있었고 비가 새어 물받이 통을 받쳐 놓은 체육관의 시설을 개선하고 숙소가 모자라 남자 숙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여자 선수들을 위한 기숙사도 확충했다.

기숙사 리모델링 당시 태릉선수촌이 문화재청 소속의 문화재인 까닭에 개축이 불가능하자 체육인 사상 최초로 선수들을 이끌고 문화재청을 찾아가 “한국 스포츠의 역사인 우리 아이들은 살아 있는 문화재”라고 외치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또한 선수들을 ‘아이들’이라 부르는 그는 부모와 같은 입장에서 선수를 대하며 촌장과 선수 간의 벽을 허물었다. 바쁜 일과 중에도 수시로 선수들과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심리적인 카운슬러 역할을 했고, 그의 이러한 따뜻한 배려는 올림픽을 앞두고 기록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던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에리사 선수촌장의 리더십은 후배 선수들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귀찮을 정도로 촌장실을 찾아갔었다”는 장미란 선수는 “훈련일수가 며칠인지도 모르면서 운동만 하며 살았던 선수들이 이 촌장님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선배이자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촌장님의 따뜻한 관심 덕에 부담 없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이은경 대한체육회 이사는 “선수 개개인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말이나 행동을 정확하게 해준 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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