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등
해당단체들 “정부 입맛대로 바꾸려는 것” 반발

여성부가 그동안 여성단체에 위탁 운영해온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1577-1366’을 내년부터 재단법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처럼 여성부 산하 전문 기관으로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의 안정적인 운용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매년 단체와 계약을 갱신하는 구조여서 중간에 단체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사업의 불안정성이 컸다. 올해로 3년째 운영해오면서 사업의 방향이나 업무의 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지금이 재단법인으로 바꿀 적기라는 것이 여성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해당 단체들은 “오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NGO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정부 입맛대로 성매매·결혼이민 여성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여성부는 지난 10월 1일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과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위탁 단체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오는 12월 31일자로 계약을 종료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매년 계약을 자동 갱신해온 이들 단체는 사전 조율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한 여성부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조영숙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소장은 “첫 해에 운영상 문제가 없으면 매년 계약을 갱신하기로 했고, 지난 3년간 잘 운영해왔다. 그런데도 아무런 협의 없이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다름 아니다”라며 “작아진 여성부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성단체와의 민·관 협력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축소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미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팀장도 “위탁 운영 때는 한국염 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아 사업 전반을 총괄했지만, 재단법인으로 바뀌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이사장을 맡게 되지 않겠느냐”며 “여성부도 현재 종사자를 그대로 고용 승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장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NGO의 견제 창구는 그만큼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성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법인으로 바뀌어도 기존의 인력은 모두 그대로 고용하기로 했고, 정관이나 이사회 선임을 결정할 발기인 15인도 모두 민간 전문가로 구성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단체들이 우려하는 NGO 참여 배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기순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은 “그동안 위탁 단체들이 잘 운영해왔지만 계속 한 단체와만 계약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단체를 바꾸자니 손실이 너무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의 경우 내년부터 서울 외 4개 지역에 추가 설치할 계획인데, 다른 단체에 운영을 맡기게 되면 지역마다 균등한 서비스가 불가능해진다”고 재단법인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국장은 이어 “올해 6월 성매매특별법 개정으로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설치 조항이 신설되면서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를 여성부 산하 기관으로 끌어올릴 법적 준비가 끝났다”며 “실제로 이미 지난 10월 말부터 센터 측 2명, 여성부 2명,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1인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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