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의 죽음
기러기 아빠의 죽음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8.12.12 11:33
  • 수정 2008-12-12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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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 공감과 질타 교차
12월 9일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수리하던 40대 ‘기러기 아빠’가 냉동고 가스 폭발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2004년 부인과 중고생 아들 셋을 필리핀에 유학 보낸 뒤 냉동기기 수리 일을 해서 가족 4명의 생활비를 부쳐온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여관과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부인은 남편만큼이나 삶이 고단했음직한 얼굴로 “남편이 늘 힘 안 든다고. 그리고 힘들어도 괜찮다고. 아이들이 잘 커주니까라고 말했다”며  남편의 죽음을 황망해했다. “5분만이라도 살아왔으면 좋겠어요. 이때까지 너무 고생했으니까 하늘나라에서는 고생하지 말고 편하게 있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라는 그의 말은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 기사가 포털에 올라오자 수많은 누리꾼들의 한숨과 탄식, 분노가 화면을 메웠다. 한 40대 가장의 버거운 삶과 죽음의 허망함, 아버지만 혼자 남겨두고 해외로 떠난 가족에 대한 타박, 사회 현실에 대한 분노,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누리꾼 자신들에 대한 자조, 그리고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분위기는 어두웠다.

숨진 ‘기러기 아빠’의 직업이 냉동고 수리공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경제적 능력에 맞지 않게 과욕을 부린 것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누리꾼들은 “형편에 맞게 적당히 좀 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자식에 대한 집착이 거의 병적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그는 영세한 냉동고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주인공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들을 쏟아냈다. “이날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부쳐야 하는 송금 일이었으나 돈을 부치지 못하는 바람에 가족은 사망 소식을 듣고도 한때 항공료가 없어 쩔쩔맨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도 누리꾼들을 자극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자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식구란 말 그대로 밥상머리에서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저렇게 해서 자식들 성공하면 무엇 하나. 가족, 식구로 추억이 없는데”라든가 “그래도 가정이 먼저 아닌가. 굳이 저렇게까지 한 가정이 생이별을 하면서까지 공부가 먼저인 건가?”라며 개탄했다.

‘기러기 아빠’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많은 누리꾼들은 “한국 부모들은 자기 자식에게 뭐든지 다 해주려는 가시고기형 부모”라며 “자신의 몸이 망가지고 힘들어도 자식들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게 아버지, 어머니, 부모의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부모의 심리를 이용하는 대한민국 교육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나버린 부인과 아이들에게 근거 없는 비난이 퍼부어진 점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건 100% 부인 잘못이 큰 거 같음. 보나마나 부인이 닦달해서 그렇게 한 것 같은데”라며 부인을 나쁜 사람으로 단정 짓거나 “나도 여자지만 저 여편네 진짜 황당하다. 여자들의 극성과 교육정책의 합작품”이라고. 또한 “나도 애엄마지만, 마누라 너무하네. 사무직도 아닌 수리공 일하면서 힘들게 돈 버는데, 서방은 고시원 다니면서 혼자 그렇게 살고” 등의 막말도 쏟아졌다.

“어리석은 기러기 아버지들, 그들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거 아닐까?”

“이 아버지의 노고의 끝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성질이 납니다. 어디에다가 짜증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을 슬픔에 몰아넣은 이 사건에 대한 댓글들에서 누리꾼들의 답답하고 침통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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