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룸 푸른 얼굴-윤석남의 미술세계’ (김현주 외 지음/ 현실문화/ 1만8000원)

여성주의자 윤석남이 유기견에 관심을 두기까지
큐레이터, 시인, 사회학자 등 다양한 시선에서 고찰

 

지난 9월 대학로의 한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회장을 가득 채운 1025마리의 개 조각상이 관객을 압도하는 이 전시회는 여성주의 화가 윤석남의 개인전이었다.

최근 출간된 ‘핑크 룸 푸른 얼굴-윤석남의 미술세계’는 윤석남 개인전 ‘1025: 사람과 사람 없이’와 관련해 기획됐다. 윤석남이라는 화가와 그의 예술세계를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시인, 사회학자 등 6명의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한다.

1025마리의 개 조각상은 윤석남이 5년간 작업한 대작. 여성의 삶을 조망해 온 작가로 유명한 그가 몇 년간 유기견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그럼 이제 여성주의자로서의 작업을 그만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었었다. 이 책은 여성에서 유기견으로 이어지는 윤석남의 작업을 관통하는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책은 고카쓰  레이코 일본 도치기 현립미술관 학예과장이 윤석남의 작업실을 찾아가 만난 1025마리의 개 조각상 관람기부터 시작된다.

“공통점은 거의 모든 개가 정면을 보고 있으며, 특히 표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허를 찌르는 것은 늘어선 모든 개의 시선이 그들과 대면하고 있는 인간인 나를 향해 있다는 점이다. 윤석남이 개의 눈동자를 위로 향하게 그려서, 그 결과 1025마리의 개와 마주보고 있는 인간에게 일제히 시선이 쏠리도록 한 점이다.”

고카쓰 학예과장은 수많은 개들의 모습에서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들의 비호자, 한 여성의 존재를 읽어내며 “그것은 현실의 한 여성을 넘어, 궁금의 자애심을 가지고 타자를, 이 세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생명체들을 사심 없이 비호하고 감싸 안는 ‘여성’이라는 존재”라고 해석한다.

“이 모든 활동이 그의 나이 40이 넘어 시작되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던 여성이 독학으로 이뤄낸 결과라면 더욱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미술사학자인 김현주 추계예술대학교 겸임교수는 윤석남의 데뷔부터 지금까지 그의 예술세계와 그 과정을 조명한다. 독학으로 미술을 시작한 그는 10년이 넘도록 ‘주부 화가’ ‘규수 작가’ 등의 모멸적인 호칭을 들으며 혹독한 시간을 겪어야 했다.

뒤늦게 떠난 미국에서의 미술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김진숙, 김인순과 만나 ‘시월 모임’을 만들고, 이 땅에 여성주의 미술의 출현을 가져온 ‘반에서 하나로’전에서부터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 준 ‘또 하나의 문화’와의 만남, 모성의 재해석과 새로운 여성사 쓰기를 실험한 ‘어머니의 눈’ 전시회, 의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여성의 욕망을 이야기한 ‘핑크 룸’ 연작과 999명 여성들의 이야기를 표현한 ‘999’등. 예술가로서의 윤석남의 생애를 꼼꼼하게 읽어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글은 여성주의 시인 김혜순과의 대담이다.

“어떤 간절한 바람이 있어 작품 속 여성들의 신체를 이렇게 엿가락처럼 잡아당겨놓는가. 나는 윤석남의 설치를 볼 때마다 지방(紙榜)대신에 나무로 화한 여성의 몸을 올려놓은 제사상을 보는 것 같았다.”(김혜순)

“나는 정말이지 어깨동무하는 것처럼 신체가 길게 늘어나서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 그러나 삶 속에선 같은 여성들끼리도 잘 닿아지지 않는다. 특히 가정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겐 말할 수 없는 욕망들이 숨어 있기만 하지 않은가.”(윤석남)

서로의 작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다른 분야의 두 예술가가 주고받은 대화는 그 어떤 미술평론가의 글보다도 정확하게 윤석남의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여섯 편의 글과 세 부분의 화보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하게 담은 화보는 윤석남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윤석남에게 있어 예술은 삶의 반영이며 소통을 위한 도구였고 삶은 작업의 연장이었다. 작품 활동 외에도 ‘또 하나의 문화’ 동인,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발행인 등 다양한 활동은 페미니스트 윤석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역사다. 일흔이 된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마음을 베푸는 그의 모습은 예술가뿐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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