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 평론집 ‘젠더 프리즘’ (김미현 지음/ 민음사/ 1만8000원)

12개 키워드 통해 한국문학작품 속 젠더 반영 꼼꼼히 연구
지금까지 페미니즘 문학은 환상… 자생적 전통 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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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페미니즘 문학에 있어 황금기와 같은 시간이었다. 남성 중심의 문학사에 대한 도전으로 여성 작가나 여성 작품에 대한 다시 보기가 이뤄졌으며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규명 또한 활발했다.

그에 비하면 여성 작가의 수가 현저히 늘어난 최근 페미니즘 문학의 파급력은 오히려 약해진 듯 보인다. 그러나 문학평론가인 김미현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지금까지의 페미니즘 문학은 사실 환상에 불과했고 지금부터 전개될 페미니즘 문학이 실체에 더 가깝다”며 포스트페미니즘 문학을 이야기한다.

한국문학 속 포스트페미니즘을 집중 조명한 김미현 교수의 평론집 ‘젠더 프리즘’이 출간됐다. ‘한국 여성소설과 페미니즘’ ‘여성문학을 넘어서’ 등 꾸준히 여성문학을 연구해 온 저자가 6년 만에 낸 평론집. “무거운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작가와 작품을 향해 시원스럽게 직진한다”는 저자에 대한 평가와 같이 소설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평론집이다.

“내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권능을 가진 작가 노릇이다. 창조의 권능을 얻기 위해서 나는 중성적인 글쓰기를 지향하는 것이다.”(은희경)

“나는 여성 작가가 아니라 그냥 작가였으면 좋겠다. 글 속에서 여자의 냄새가 맡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냄새가 맡아지는 소설이어야 하지 않겠는가.”(천운영)

책에서 인용한 작가들의 말처럼 19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한강, 배수아, 조경란, 하성란, 윤성희, 천운영 등과 같은 신세대 여성 작가들은 박완서나 공지영, 신경숙과 같은 앞 세대 작가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나 ‘아내’로서 느끼는 ‘의무’보다 ‘딸’로서 느끼는 ‘권리’를 더 많이 누린 신세대 작가들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여성성의 계발이나 자아실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때 넘어서려던 여성문학은 (남성)문학과 대립되는 문학, 불행이나 상처만을 강조하는 ‘상상의’ 여성문학이었다. 그 당시에는 여성문학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진짜 여성문학이냐 가짜 여성문학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처럼 느껴졌다.”(본문 중에서)

김 교수는 6년 전과 지금의 여성문학을 비교하며 페미니즘 문학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을 강조할 수 있을 때 페미니즘 문학도 즐겁고 유쾌할 수 있다는 주장. “디오니소스적인 축제나 즐거움이 중심이 되는 긍정의 문화를 창출하자”고 얘기한다.

‘젠더 프리즘’은 몸, 환상, 가족, 대중성, 섹슈얼리티, 동성애, 근대성, 여성이미지, 성장, 남성성, 동물성, 윤리 등 12개 키워드를 집중 조명한다. 이를 위해 동원된 텍스트 또한 다양하다.

공선옥의 ‘몸을 위하여’나 권지예의 ‘뱀장어 스튜’ 등 여성의 몸을 다룬 작품을 예로 들며 여성의 몸을 성적인 즐거움의 만병통치약으로 격상시키거나 동물적인 본능으로 격하시키는 양극단 평가를 모두 거부한다. 신경숙의 ‘딸기밭’이나 이나미의 ‘푸른 등불의 요코하마’에서는 적극적인 ‘패러디’로서의 레즈비어니즘을 읽어낸다.

여성 작가만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남성 중심적 작가로 알려진 황석영 소설이 의식적인 면에서는 여성을 타자화하지만 무의식적인 면에서는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모순의 서사임을 밝힌 부분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미래는 어떤 것일까. 페미니즘 문학은 행운의 열쇠도 아니지만 만능키는 더더욱 아니다. 불행만을 강조하는 시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즘 문학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외국 이론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작품이 중심이 되는 자생적인 문학 전통을 확립하는 일이 현대 여성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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