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순 의원님.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지 반년이 넘었군요. 심심찮은 간격으로 님의 홈페이지에서 의정활동을 지켜봤습니다. 다른 국회의원은 몰라도 님에게 가는 세비는 정말이지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빈민운동의 외연을 여의도 의정활동을 통해 확대해보겠다는 강인한 의지도 읽혀집니다. 오죽하면 홈페이지 도메인에 ‘Poor’라는 단어까지 넣었겠습니까. 정쟁과 거리를 두고 민생에 보다 살가워지려는 그 자세, 우리 국회의원들 절반만이라도 닮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감회에도 불구하고 의원님에게 야박한 진언 하나 드립니다. 의원직을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의원님이 여의도에서 짐을 쌌으면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님의 침묵’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상기하셨으면 합니다. 6월 촛불 민심을 향해 형언할 수 없이 야만적 대응을 했던 님의 정치적 동지를 말입니다. 언론의 공공적 가치를 무시하고 ‘자기 측근’을 앞세워 ‘자기 성향’에 맞는 식으로 미디어 지형을 오도하려는 님의 정치적 동지 말입니다. 복지가 필요한 계층에게 돌아갈 혜택을 빼앗아 부자에게 부여하는, 님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님의 정치적 동지 말입니다.

님은 그에게 변변한 경고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왜입니까. 님은 목사, 그가 장로여서, 그를 정치적뿐 아니라 신앙적 동지로 여겨 그랬습니까?

벌써 값싼 패거리주의에 함몰되신 것은 아니겠죠.

물론 침묵이 빛을 발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입을 열어 이야기할 때입니다. 그러나 다 침묵할 때 같이 입을 닫는다면 거기에는 가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님은 발언권이란 달란트를 쥐었지만 끝내 유기했습니다. 흉포한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법질서를 운운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한 자들 편에서 님은 책임 있게 만류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님의 자리’입니다.

님은 누구처럼 ‘대운하를 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제도 조속히 없애야 한다’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가증한 입놀림으로 정치적 앞잡이 노릇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님이 밟고 있는 터는 한나라당입니다. 님은 한나라당식 정치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물론 님과, 자리 준다 하여 바로 받아 무는 정치 자영업자는 근본이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님은 분명 국회 입성을 위해 빈민운동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님이 입당을 결정하면서, 즉 정계에 발 디디면서 각별한 각오와 다짐이 있었을 것으로도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분명한 자기관리 지침 말입니다. 청탁 거부하기, 뇌물 안 받기, 거친 말 삼가기, 계파에 속하지 않기 등이 예가 되겠고요. 그러나 정치는 구도입니다. 누구는 이걸 프레임(Frame)이라고도 하는데요, 님은 님 자체로서 정치적 주체라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님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중심의 정책’이 님과 무관한 일입니까. 혹시 일조한다는 생각은 안 합니까. 남들이 부자 정당, 재벌 정당이라고 비난할 때, 님이 속한 정당 한나라당이 님을 앞세워 ‘우리에겐 강명순 의원이 있다’라며 나올 수 있을 가능성, 염두에 두고 있느냐 이 말입니다.

그러나 그 빈민운동의 성과와 진정성이 한나라당의 수구적, 또 부자 지향적 이미지를 덮는 분(粉)이 되지는 않을까요. 한나라당의 프레임에 갇힐 수 없는 님. 그런데 님은 지금 그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셋째, ‘님의 한계’입니다.

님이 나서서 한나라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혁신한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무해 보입니다. 님의 정치력, 님을 둘러싼 정치 여건, 또 정치 지형까지. 님에게 우호적인 환경은 전무해 보입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가진 자의 욕망을 제어하는 장치를, 없는 자의 바람막이를 각각 해체하는 세력들과 님이 한솥밥 먹는 모나게 보임이.

솔직히 빈민대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관념, ‘시혜’ 말고 또 있을까요. 시혜로써 빈곤의 사회 구조적 타파가 가능할까요. 모르는 이들에게 일러주면 된다고요. 만년 ‘가진 자의 당’ 한나라당 구성원들의 마인드를 설득의 과정만으로 개조할 수 있을까요.

님은 강남 빌라촌 한 구석에 홀로 비닐하우스촌을 짓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거듭 이야기합니다. 님의 진정성을 펼칠 공간이 꼭 거기뿐이냐고요.

인간에 대한 무궁한 신뢰, 이것일 겁니다. 수구 기득권 중심의 한나라당도 마다 않은 님의 중심 취지는. 그러나 옷이 맞지 않으면 벗어야 합니다. 그 옷에 몸만 아니라 정신마저 맞출까 염려됩니다. 강명순 의원님, 제자리로 돌아오십시오. 빈민들, 그새 수가 너무 많이 늘었습니다.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