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낙태죄 당사자 모두 처벌해야"

모자보건법 제14조 개정안을 두고 여성권리 관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르면 ▲성폭행·근친상간 ▲산모 건강 위해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등 5가지 이유에 대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 조항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월 보건복지가족부가 기존 허용 사유 외에 미혼 임신과 경제적 이유 등에 대한 ‘사회적 적응 사유’를 추가한 개정안을 제출하면서부터 가열됐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여성전문가들은 ‘낙태는 불법’이라는 인식을 넘어 여성의 낙태권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낙태죄와 관련한 처벌 관련 형법조항을 두고 비판하고 있다. 낙태한 부녀와 낙태하게 한 자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현행 형법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낙태금지법에 대한 릴레이 시민토론을 개최한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낙태한 부녀만을 처벌하게 되어 있는 낙태죄는 성관계 당사자 모두를 단죄해야 하고 모든 강간은 낙태 미수를 얹어 가중 처벌해야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엄격한 낙태 금지는 생명의 존엄함을 일깨우고자 하는 생명 옹호론자들의 소망과는 달리, 부도덕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이겨낼 자신이 없으면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도덕명령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여 지적했다.

낙태권을 ‘여성의 자기결정권’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참석 가능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옥 이화여대 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낙태금지법에 대한 논의는 국가를 비롯한 모든 규범체계의 개입 없이 몸을 통해 자기 자신,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여성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05년 고려대가 발간한 ‘인공 임신중절 실태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에 따르면 인공 임신중절은 국내에서 연간 34만여 건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혼 여성의 28.6%, 미혼 여성의 31.6%가 인공 임신중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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