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이고, 못 받고, 떼이고… "차라리 떠난다"
깎이고, 못 받고, 떼이고… "차라리 떠난다"
  • 전희진·김세형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12.05 12:08
  • 수정 2008-12-05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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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동결·삭감 이후 직원 이탈 움직임 확산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직 고려… 5명은 시도

 

"어디 갈만 한 곳 없수~"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급여가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직을 원하는 월급쟁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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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사례 1   중견 기업 부장으로 누구보다 애사심이 뛰어났던 박정수(가명·45)씨. 그는 최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돈 때문에 직장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꿈자리가 사납다. 며칠 전 경쟁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평상시 같으면 의리를 내세워 거절했겠지만 과감하게 이직을 택했다. 그가 이직을 선택한 것은 회사로부터 임금의 20%를 삭감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였다. 매달 평균 400만원 받던 월급이 200만원 후반대로 떨어지게 되면 4인 가족의 생활이 빠듯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부인을 위해선 회사에 대한 의리 따윈 중요치 않았다. 

#사례 2   IT 전문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최정호(가명·28)씨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구직 사이트를 찾는다. 수억원짜리 프로젝트 관련 서류는 며칠째 책상 위에 그대로 있다. 사장이 불러도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에게 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떠나기 위한 짐도 모두 싸놓았다. 회사에 대한 정은 뚝 떨어진 지 오래다.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지 못한 게 두 달이 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경기가 불황이니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하고 자신을 달랬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수익이 발생해도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회사 운영자금의 급한 불을 끄는 데 사용됐던 것이다. 회사가 성공한다고 해도 사장의 주머니만 불어날 뿐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보인다.

#사례 3   한 달 전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한 박선용(가명·32)씨. 그는 최근 전에 다니던 증권 관련 회사를 상대로 노동부에 임금체불 신고를 했다. 3개월간 일을 했지만 급여를 떼일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회사 사장은 기한을 정해놓고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돈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4대 보험을 무단으로 해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회사가 망하면 정부가 사업주 대신 체불 임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착안, 회사가 망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직장인 47% 이직 시도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월급쟁이들의 반란’이다. ‘우리 회사’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임금만 많이 준다면 경쟁사도 이직 고려 대상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임금 동결과 인하, 임금 체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이 도래할 것을 우려,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저마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월급쟁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향후 특별 성과급을 제시하는 회사도 있지만 이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과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취업 포털사이트 커리어에 따르면 직장인 137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70% 이상이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7%의 직장인이 실제 이직을 시도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직장인의 급여가 동결·삭감 되고 있는 게 주원인으로 꼽혔다. 줄어든 월급으로 생활고에 시달려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은 10명 중 7명, 이 중 5명이 이직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신의 직장’ 공기업에서도 ‘꿈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과 대기업 직원들의 이직 움직임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일각에선 일반 기업들에 비해 오히려 이직 움직임이 거셀 것이란 말이 나온다. 공기업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 고위 임원의 급여 삭감과 구조조정에 나섰고, 대기업은 간부급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형식의 감원을 준비 중에 있다.

공기업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모(48)씨는 “공기업이 예전의 공기업이 아니다”라며 “겉으로 드러내고 움직이지는 않지만 특성을 살려 관련 대기업들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많아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내년 초 대규모 이직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49)씨도 “경기불황을 맞아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과장 이상 직원부터 부장급 직원들 중 중소기업 등 눈 높이를 낮추며 안정적인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정부는 연말까지 1차 공기업 구조조정안을 마련, 210여 개 공기업 및 정부산하 기관 조직을 10% 축소할 예정이다. 대기업도 삼성그룹을 필두로 롯데그룹, SK그룹 등이 고위 간부직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어 인사 시즌을 앞두고 대규모 이직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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