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의 강인함 연극에 담고 싶었다"
2년간 인터뷰로 수집한 한국 여성들의 실화 연극으로 풀어내
"가부장제와 싸우고 있는 한국 여성들, 아직도 저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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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김장철, 4명의 며느리가 모여앉아 배추와 무, 고춧가루와 새우젓을 버무리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들만 찾는 시어머니, 마누라를 소 닭 보듯 하는 남편들, 한도 끝도 없이 떠받들어도 모자란 자식들…. 며느리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이름까지 묻혀버린 한국 여성들의 아픔을 수다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연극 ‘엄마열전’이 12월 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특이한 점은 한국 아줌마들의 수다를 담아낸 이 연극의 극본이 미국인 남성 작가 윌 컨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 공연 개막을 2주 앞둔 지난 2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건넨 명함에는 ‘일건’이라는 한국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현재 숙명여대 테솔 과정 교수로 재직 중인 그가 한국에 온 것은 2006년, 여자친구 아버지의 결혼 반대로 3년 반 동안 사귀었던 재미교포 한국인과 헤어진 상실감 때문이었다.

연극 ‘엄마열전’은 윌 컨씨가 지난 2년간 직접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수많은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한 여성의 이야기가 계기가 됐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외로워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들어갔죠. 거기서 처음 만난 여성에게서 어린 시절 화상을 입었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병원에서 피부이식 수술을 권했지만 할머니가 ‘여자아이 수술에 쓸 돈이 있으면 다른걸 하겠다’고 반대해 할머니 몰래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가 인상에 깊이 남았죠.”

‘한국 여성들은 뛰어난 이야기꾼’임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프로필을 ‘연극을 위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바꾼 뒤 많은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지난 5월 결혼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동료 교수나 학생 등 지인들에게도 알리고 여성복지기관, 와인 커뮤니티, 가산디지털단지에 근무하는 여성들, 여성 탈북자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방문했다. 뉴스에서 눈에 띄는 기사가 나오면 주인공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면서 한국 여성들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중 독특한 스토리들을 모아 각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국 연극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그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각 끝에 전국의 50여 개 연극 관련 학과 교수들에게 작품을 메일로 보냈다. 그 중 학교 워크숍을 위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고 있던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가 유일하게 답장을 보냈고 이 교수의 번역과 극단 차이무의 참여로 무대 공연이라는 꿈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을 ‘Mothers and Tigers’라고 지었다. 수많은 만남 속에서 한국 여성들의 강인함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지금까지 40여 개국의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국 여성들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붉은 악마나 한복, 김치 등으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저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부장제와 남성 지배 사회, 집단주의와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고 여성들은 아직도 이와 싸우고 있습니다. 건국 이후 6·25와 독재정치, 박정희 시대, 광주항쟁 등 다이내믹한 사건들을 겪으며 밑바닥에서 톱의 위치까지 성장해 오는 동안 여성들은 역사에서 가려져 있었죠.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저평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으로는 범죄물을 써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그는 현재 국내의 대본을 영어로 옮기는 번역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김태웅 작 ‘이’의 번역을 최근 마치고 현재 장유정의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번역 중이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 간의 공연 교류를 위해 힘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연은 31일까지. 문의 02-74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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