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규모 학교들의 통폐합으로 강원지역 학생의 통학거리가 최소 3㎞에서 최대 30.3㎞까지 멀어졌다.

경기도 분당에서 광화문까지 35㎞ 구간의 광역버스 요금은 1800원이다. 같은 35㎞ 구간이지만 전북 부안군의 진서면에서 부안읍까지 시외버스 요금은 3650원이다.

농촌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 200L는 비용이 24만원이다. 도시지역에서 사용하는 LNG(액화천연가스)는 같은 효율을 낸다고 할 때 드는 비용이 등유의 절반인 12만원이다.

인천 옹진군과 강원 양구군 등 전국 43개 군 지역에는 응급의료기관이 없다. 전국 27개 시·군 지역에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고, 전체 읍·면의 31.7%에 달하는 450개 지역에는 보육시설이 없다.  

이러한 여건은 농어촌 주민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다. 농어촌 주민들이 줄어들면서 시장 기능이 위축된 결과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어떨까.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농어촌의 정주(定住)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중에서도 2000년부터 영국이 운영 중인 ‘농어촌 서비스 기준(Rural Service Standard)’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의 농어촌 서비스 기준은 농어촌 주민에게 제공되는 최소한의 공공서비스 기준이다. 11개 분야 51개 서비스에 대해 기준을 마련하여 운용 중이며, 매년 기준을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보 통학거리가 4.2㎞를 넘으면 학교 간 통합을 억제하고, 학교의 지역사회 복지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낙후지역에는 아동보육센터를 증설해야 하고, 어느 지역에 살든 긴급 환자는 8분 내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찰차는 15분, 소방차는 20분 내에 도착해야 한다. 또 인구의 50% 이상이 버스정류장에 10분 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60세 이상 노인에게는 버스요금을 50% 감면해주고 있다.

영국은 이러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정부 부처와 지자체, 사회단체 등이 모여 협의하고, 내각 농촌쇄신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최종 확정하고 있다. 수시로 이행 상황을 점검해 기준을 추가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정부도 기초생활권 발전방안 구상의 일환으로 ‘농어촌 서비스 기준’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별로 주민 접근성 실태를 조사하여 2010년부터 추진하는 ‘삶의 질 향상계획’에 담아 실시할 계획이다.

생활 속에서 공감을 얻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농어촌 서비스 기준의 마련과 관련 부처들의 실천이 삶의 공간으로서 농어촌이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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