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성범죄 형량 아직도 가볍다"
여성계 "성범죄 형량 아직도 가볍다"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11.28 11:55
  • 수정 2008-11-28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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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기준 없는‘성범죄 양형기준안’에 ‘무용론’고개
청소년·장애인·친족 성폭력 등 범죄유형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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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사람은 무조건 실형을 선고 받는다. 지금까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 대상에 분류됐던 소아기호증자도 형량이 무거워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는 지난 11월 24일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특징은 피해자를 13세 미만과 13세 이상으로 나눠 형량 범위를 다르게 둔 것이다.     <표참조>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경우 최저형을 4년으로 정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했고, 재범 이상인 경우 1.5배 가중처벌 규정을 둬 최대 13년 6월의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사진 촬영 등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증대시킨 경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마약 등으로 심신장애 상태를 야기해 범행한 경우 ▲피해자를 임신 또는 성병에 감염시킨 경우 등 죄질 정도에 따라 2~3년 정도의 형이 더 추가된다.

김소영 대법원 양형위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기준안으로 일반인들도 성범죄 형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등 일관적이고 엄정한 양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뜨거운 감자인 집행유예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여성계와 전문가들은 법원이 유독 성범죄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 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어 ‘양형기준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20일 16세 지적장애 손녀를 7년간 성폭행해온 친할아버지(87)와 큰아버지(57), 작은아버지(42) 등 3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족 관계에 있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것은 패륜적 범행이지만 ▲가해자들이 어려운 형편에도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웠고 ▲앞으로도 이들이 피해자를 양육해야 하며 ▲가해자들이 고령과 지병으로 수형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판결 근거로 제시했다.

네티즌들은 즉각 판사탄핵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청주지방검찰청은 항소를 결정했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가해자 한 명은 특수강도강간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는데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며 “검찰이 보기에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내놓은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적용하면 이들 3명은 최소 5년, 최대 9년의 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강력한 집행유예 기준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양형기준을 만들고도 기존 판례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대법원의 양형기준안은 나이로만 양형 범위를 나눠 현행법상 가중처벌 대상인 친족에 의한 성폭력이나 장애인 대상 성폭력, 13~19세 사이의 청소년 대상 성폭력 등은 쏙 빠져버렸다”며 “이들 성폭력을 독립 유형으로 분류하고, 별도의 감형·가중 요소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이어 ▲감경요소로 제시된 심신미약의 경우 음주로 인한 우발성을 절대 제외할 것 ▲피해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졌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를 가중요소에 포함할 것 ▲성폭력 범죄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강력범죄이므로 피해자 합의 여부를 양형인자에서 제외할 것 등을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내년 4월 양형기준을 공포,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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