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세금이 요금의 절반가량 차지
환율 급등으로 인하 효과도 적어

컴퓨터 제조회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남철우(29)씨는 이달 중순 갑작스럽게 일본 도쿄 출장을 계획했다.

일본으로 수출한 회사 제품에 결함이 생겨 현지 수입업체로부터 불만사항이 들어온 것. 남씨의 회사에서 ‘일본 수출’은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씨가 일본 현지로 직접 가서 결함에 대한 설명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남씨의 출장 계획은 시작 단계부터 삐걱대더니 결국 회사 자금 사정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회사의 자금이 바닥이 난 상태라 평상시라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른 항공료가 발목을 잡은 것.

항공료와 맞먹는 세금이 문제였다. 25만원 상당의 도쿄행 직항 왕복 항공료에 붙은 18만원의 세금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국제선 항공료에 붙는 세금에 대한 소비자의 원성이 높다.

항공료 세금이 전체 항공 운임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비쌀 뿐만 아니라, 이 세금 안에 정확히 어떤 항목으로 얼마가 징수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고, 항공사 측에서도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운임에는 항공사가 받는 순수 항공요금 외에 기본적으로 유류할증료와 전쟁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출국공항세, 관광진흥기금, 국제빈곤퇴치기금도 동시에 징수된다.

왕복 항공권에는 귀국편 출발 공항의 공항세도 낸다. 또한 미국행 항공 운임에는 9·11 테러 이후 신설된 항공 보안서비스 세금과 교통세, 검역소 사용료 등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세목을 합쳐보면 도쿄행 직항 왕복편 평균 운임 45만~50만원 중 약 16만~18만원, LA행 직항 왕복편 평균 운임 140만~150만원 중 약 45만~50만원이 각종 세금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항공권 세금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유류할증료.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정부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전쟁보험료를 비롯한 기타 기본 세금의 경우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유류할증료는 유가의 등락에 따라 유동적이다. 문제는 최근의 환율 급등이 유류할증료 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류할증료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의 지난 두 달간 가격은 최근의 유가 조정 국면으로 인해 하락했지만, 유류할증료의 징수 단위인 달러화의 환율이 갈수록 치솟고 있어 서로 반비례를 이루고 있다.

국내 주요 항공사가 11월부터 9월분 항공유에 대한 유류할증료 조정안을 노선별로 적용했지만 환율 급등 탓에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항공 운임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일본, 미국 등 무비자 여행 국가의 확대와 유류 할증료 인하로 인해 해외 여행객의 증가를 전망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높아진 환율 탓에 쉽게 해외여행을 계획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유류할증료의 대폭 인하 전망이다. 11월분 항공유 기준의 새 유류할증료 조정안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데, 최근 50달러 선까지 하락한 유가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달러화 환율의 안정 여부가 걸림돌이 되겠지만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항공 운임이 지금보다는 훨씬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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