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역할론’ ‘탕평인사론’ 제기
야당 “정부, 오바마 포용력 배워라” 쓴소리
한나라당은 대통령선거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관계에 주목하며 ‘박근혜 역할론’ ‘탕평인사론’ 등이 흘러나왔다.
그간 오바마와 힐러리의 대선경선 과정은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대선경선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
양쪽 모두 1년간 치열한 경선을 벌여왔고, 성대결→네거티브 공방→승복→지원유세 등 과정도 비슷하다. 그러나 대선 직후 오바마와 힐러리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한 데 반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는 점점 더 경색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왜 오바마와 힐러리는 화끈하게 화합하는데 우리는 못 하냐”는 자탄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협력관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가 정권이 어려울 때는 정부를 도와주는 게 맞다”며 “능력 있고 추진력 있는 사람이라면 내 편-네 편, 전 정권-현 정권 사람을 가리지 말아야 하며 소신이 뚜렷하고 깨끗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의원도 “박 전 대표도 이제 당무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함께 뭉쳐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의원은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초당적으로 대통령이 일하라는 뜻”이라며 “하향식 공천, 사적인 공천의 문제가 계파 갈등을 고착화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최고로 잘 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라면 전 정부 인사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며 탕평인사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야당에서도 이와 비슷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전대미문의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른 모든 계산을 접어두고 일단 도와야 한다”며 박근혜 역할론에 힘을 실어줬다.
박 의원은 또 “(이명박 정부는) 단순히 박 전 대표만을 끌어안아서 되겠느냐”며 “오바마 정권이 기존 공화당 정권의 국방부 장관을 그대로 데리고 가는 것처럼 눈을 좀 더 크게 떠야 한다”며 정부의 초당적인 인사정책 노력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 당선인 인사정책과 정반대로 달려왔다”며 “오바마 당선인의 인사정책부터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최근에는 ‘친박’이니 ‘월박’이니 하면서 한나라당 내 각 계파가 세 불리기에 몰두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분열 양상을 꼬집었다.
진보신당은 “(오바마의 인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협량한 인사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용인술”이라는 논평을 남겼다.
진보신당은 “선거운동 시절 동지들도 능력만 있다면 어떤 자리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 등 여권 어디를 봐도 능력 있고 자격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며 “친이와 친박의 권력쟁투는 점입가경이고 국민은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신선한 소식에 외려 가슴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표 측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여권 지도부가 친박계를 기용하는 탕평인사를 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박 전 대표를 직접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친이계의 박근혜 역할론이 자칫하다간 “왜 박 전 대표는 국정에 뒷짐만 지고 있느냐”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