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미국은 투표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썼다. 버락 오바마라는 젊고 매력 있는, 무엇보다 검은 피부를 가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이다. 검은 케네디라고 불리는 오바마는 서민적이고 공감적인 연설로 대중을 사로잡았으며 신뢰와 통합의 리더십으로 인종과 학력, 종교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미국인들은 투표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의사를 표현하였고 대표자 선출을 통해 정치제도 및 그 절차에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였으며 그들이 가진 국민적인 권리를 실현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국가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려면 자신들을 위해 활동할 소수의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국민적인 권리를 실현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구입하고 또 소비하는 소비자로 살아간다. 소비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특정 제품과 상표를 선택하게 된다.

특정 제품과 상표에 대한 선택은 바로 그 제품과 상표에 대한 우리들의 선호도를 표시하는 것이며 나아가 기업의 생산 방향 및 생산량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에서 소비자가 시장경제에 대한 주도권이 있으며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이러한 권리를 소비자주권이라고 한다.

소비자주권은 미국의 경제학자 허트가 1936년 처음 사용한 말로,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인 케네디가 1962년 연두교서에서 소비자권리를 강조하면서 부각되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연방의회에 보낸 특별교서를 통해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사를 반영할 권리를 4대 권리로 제시했으며 이후 197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소비자 보호와 정보에 관한 기본 계획에서는 소비자의 5대 권리를 선언했다. 이어서 1980년에는 세계 각국의 소비자 단체들의 협의기구인 국제소비자연맹(IOCU)이 소비자의 7대 권리를 선언했으며, 우리나라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의 8대 권리를 소비자기본법 제4조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얼마 전 주부 권명진(46)씨는 인터넷서비스 업체를 바꾸었다. 인터넷이 너무 느리고 서비스도 제때 해주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다른 업체에서 더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하고 해약 위약금도 부담해 준다고 하여 인터넷서비스 업체를 바꾼 것이다. 권씨는 자신의 제품에 대한 불만족을 ‘구매 중지’라는 수단을 통해 대응한 것이다.

권씨가 통신 업체를 바꾼 것은 유권자가 투표라는 수단을 통해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것에 견줄만 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 투표하는 것과 같다”며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즉, ‘화폐 투표’로 어떤 제품이 얼마만큼 생산될지 결정한다”고 했다. 소비자가 자신이 가진 화폐를 투표용지처럼 사용해 경제주권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안전하지 않은 식품들과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현혹하는 제품들,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피해들이 소개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제품 가운데 안전하고 바람직한 제품과 상표를 선택함으로써 기업의 생산 방향에 지침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가진 소비자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어떠한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 어떠한 상표를 구입할 것인가 등 매일매일 우리에게 주어지는 화폐투표를 현명하게 행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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