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도 평등한 교육을 허하라”

지금으로부터 216년 전인 1792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저서 ‘여권의 옹호’에서 밝힌 주장이다. 그는 여성의 교육과 정치적 참여, 평등한 이성의 능력을 강조하며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불린 인물. ‘근대 최초의 페미니즘 서적’이라 할 수 있는 ‘여권의 옹호’가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됐다.

‘여권의 옹호’는 프랑스의 유명한 외교관이던 탈레랑이 의회에 제출한 교육안에 반발하며 6주 만에 완성한 책이다. 탈레랑의 법안은 ‘공화국의 모든 소년에게 국민교육을 시행하라’는 것. 저자는 이에 대해 “소년뿐 아니라 소녀들도 국민교육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남녀평등과 교육 기회의 균등한 부여가 사회 개선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활동했던 18세기 후반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과 루소의 계몽주의 등으로 사회가 급진적으로 발전하며 인권과 정치 및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지만 아직 여성의 권익에 대한 인식은 없었던 시기. 그는 당시 여성들이 남성들을 위한 인형 같은 존재로 전락해 인격적인 존엄성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보았고 그 원인을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계몽주의의 선두에 섰던 루소 등의 유명 저작물, 그리고 여성의 감성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문학작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여성이 갖추어야 할 미덕은 여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겸손과 도덕성이며 이를 갖추기 위해 단순한 교양 수준을 넘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여성의 문제를 여성에만 한정하지 않고 사회의 정치, 경제의 구조적으로 파악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어린 시절 부친의 가정폭력과 장남에 대한 지나친 편애, 여동생들의 불행한 결혼에 깊은 상처를 받고 일찍부터 자립을 시도, 입주 가정교사와 귀부인의 비서 자리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여동생과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으며 ‘여성교육론’,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숙고’를 반박하는 ‘인권의 옹호’ ‘프랑스 혁명의 기원과 진전에 관한 역사적 도덕적 견해’ 등의 저서와 몇 권의 소설을 펴냈다.

3세대 페미니즘에 따라 페미니즘 안에서도 다양한 이론들이 전개되고 있는 요즘, 18세기 여성주의 담론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변천해가는 여성주의의 궁극적인 방향을 반성하는 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책 말미에는 그의 주장의 배경이 된 로크의 ‘교육론’, 버그의 ‘여성교육’ 등 배경이 된 저작의 발췌문과 그의 책에 대한 다양한 비평, 이 책이 촉발시킨 소위 ‘울스턴크래프트 논쟁’이라 불린 다양한 주장들을 함께 실어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