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숨통을 옥죄더니 바야흐로 실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호언장담하던 연평균 7% 성장은 추락을 거듭하더니 내년엔 1~2%대가 될 것이라고 하고, 나라 밖에선 -3%가 될 것이라고 한다. 2008년 위기는 세계적인 것이어서 그 깊이와 폭이 쉽게 헤아릴 수 없어 장기화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위기 이후다.

실물경제 위축이 본격적인 수출 둔화, 투자 감소, 일자리 감소, 부동산 버블 붕괴, 마이너스 성장, 소득 감소, 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지면 그 끝은 디플레이션이다.

일본 와세다대 유키코 교수는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로 인해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 기폭제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꼽고 있다. 이렇게 되면 10여 년 만에 달성한 국민소득 2만 달러는 다시 1만 달러대로 내려앉아 집권세력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을 쉽게 되찾을 것 같다. 문제는 위기 후 장기불황이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 그리고 정치의 보수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성장률 둔화 속에서 고용시장 및 소득계층의 점증하는 양극화를 경험했다. 위기 뒤에 들이닥친 시장만능주의 이념인 신자유주의가 원인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시장만능주의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치유의 길은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교정하는 것이라는 데 대개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위기 대책은 이와 반대다. 위기 해소를 위해 쏟아낸 감세, 부동산 세제 완화, 수도권 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 시장주의 교육 확대 등은 모두 구태의연한 신자유주의식 대책들이다. 이는 위기로 분열된 국민의 삶을 아우르기보다 더욱 헤집고 분열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 기조가 계속되면 지표상의 위기가 끝난다 하더라도 이후의 한국 사회는 양극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양극화의 심화는 상대적 박탈 계층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들의 불만이 각종 사회분규와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초당파적 거국 내각 필요

이런 상황에서 보수적 성향의 집권세력은 좌와 우로 편을 더욱 분명히 갈라 한쪽을 편애하는 정치를 펼치게 되고, 이에 따라 ‘두 국민(two nations)’ 현상이 위기 이후에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불황기는 국민적 단합을 내세운 극우세력이 준동하여 파시즘이 출현하는 빌미가 되곤 했다. 

경제의 퇴행에 이어 정치의 퇴행으로 이어질 ‘위기 이후’는 이런 점에서 진정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위기 이후의 위기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의 위기를 국민적 지혜와 합심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다.

특정 정파에 의해 위기가 호도되고, 또한 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위기 극복책이 논의되어선 안 된다. 모든 정파, 모든 계층,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통 큰 정치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도록 해야 한다. 그 첫 출발은 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파적 거국 내각을 꾸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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