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촌스러운 국회의 남근석
[기자수첩] 촌스러운 국회의 남근석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11.21 11:31
  • 수정 2008-11-2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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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남근 숭배를 ‘성신(性神)신앙’이라 하여 혼례식 때 남근 조각에 공물을 바치며 폐백을 드리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남근숭배 사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근’을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 하여 남근 조각을 매달아 놓고 제사를 지내는 등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남근제물을 신에게 봉납하는 ‘성제의’가 많이 행해지고 있는 강원도다.

지난 2003년 삼척 경내의 해안가 중에 으뜸의 절경을 자랑하는 작은 어촌인 신남마을에 우연히 들른 적이 있다. 잔물결의 파도와 웅장한 바위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은 남근봉헌제를 올리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있었다. 신당공원이란 곳에는 대형 남근 조각품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 1998년부터 정월대보름 때마다 남근 깎기대회를 열어온 삼척시는 여성계의 반대에 부닥쳐 잠시 행사를 중단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부활시키면서까지 남근을 ‘관광상품화’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남근숭배 사상은 서울 한복판, 그것도 입법기관인 국회에도 존재한다. 지난 4월 국회 본청 앞에 높이 7m의 남근석이 세워진 것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는 이 돌은 17대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태랑씨가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의 남근 조각품들과 여의도의 남근석은 ‘여성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세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척 신남마을 바닷가에 있는 ‘애바위’는 조선왕조 제14대 선조 무렵 이 마을의 처녀가 약혼한 총각과 함께 돌김을 따러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은 사연이 있는 곳이다. 처녀가 죽은 후 바다에서는 고기가 잡히지 않고 젊은이들이 뱃일을 나가다 죽어 돌아오는 재앙이 시작됐는데, 마을 사람들은 처녀의 넋이 원하는 것이 남근임을 알고 나무로 남근을 깎아 제사를 올리니 모든 것이 풍요로워졌다는 내용이다.

국회에 남근석이 세워진 경위도 비슷하다. 현재 국회가 들어선 여의도 1번지가 조선시대 궁녀들의 공동묘지 자리라 이들의 한을 달래주고 추문과 악담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남근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세워졌다.

애달프다, 죽어서도 남근으로밖에 위로받을 수 없는 여성들의 운명이 서글프다, 어느 누구도 그 여성들의 넋을 진정 기리기 위한 방법을 간구하고 있지 않다는 것. 또한 해외 토픽으로 보도돼 국제적 망신을 겪기 전에 국회 남근석부터 없애야 할 일이다. 음란해서가 아니라, 촌스러워서다.

그 촌스런 돌덩어리가 없어지면 진정으로 그녀들의 혼을 달래는 작업에 동참해 빌고 싶은 소원이 있다. 여성들의 학벌, 나이, 외모 등 신자유주의 경쟁체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리쳐야 할 차별 요인들도 많은데 거기에 ‘성별’까지 추가하는 일은 이제 중단해 달라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여성들이 죽어서 남근으로 위로받는 억울한 일은 더 이상 없게 해 달라고 말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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