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국감파행’ 비판 목소리 높여…‘여성이슈’ 침체도 한 몫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 간 이견차가 컸던 여성위 국감이 지난 13일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야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여당 의원만이 남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 간 이견차가 컸던 여성위 국감이 지난 13일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야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여당 의원만이 남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국회 여성위원회 국정감사 파행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여성위는 지난 13일 국감에서 증인·참고인 채택에 대한 여야 간 합의 실패를 이유로 야당 의원들이 피감 기관에 대한 감사를 서면질의로 대체하고 국감장을 퇴장해 여당 의원들만이 참석한 ‘반쪽 국감’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과 학계 등 여성계 인사들은 우선 1년에 단 한 번뿐인 여성위원회 국정감사를 여당만 참여한 ‘반쪽 국감’으로 만든 여야 정치권 모두에 책임을 물었다. 

이번 국감에서 여성위원회가 다뤄야 할 중차대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각 당의 입장만 고집해 파행으로 몰고 간 대응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은희 여성정치세력화민주연대 사무국장은 “18대 첫 국감인 이번 국감에선 여성부가 존폐 논란을 겪은 뒤 축소돼 제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여성부의 역할과 방향성을 짚어줄 필요가 있었다”며 “증인 채택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긴 하지만 국감을 파행까지 끌어갈 만한 사안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 여성계 인사는 “여성위원회 자체가 겸임위원회인 상황에서 여성들이 가진 젠더문제를 다른 상임위에 이슈화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고 파행까지 겪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여성위 의원들이 무엇이 여성들을 진정 위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다 큰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증인 출석 문제는 여성위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문제로 부각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며 “(여야 의원들이) 그 문제를 두고 설전하거나 입장표명을 할 수는 있지만 1년에 한 번 하는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 같은 국감 파행이 여성단체와 여성정치권, 여성부 등 여성계가 직면한 위기 상황과 맥락이 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여성계가 직면한 위기는 여성부 업무 축소, 경제위기, 이명박 정부의 여성마인드 부족을 비롯해 최근 시민운동의 퇴조 현상과 맞물린 여성단체들의 활동 위축과 세력 약화까지 총체적인 것이다. 그로 인해 여성단체와 여성정치인, 여성부 등에서 여성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엄 교수는 “여성단체 등 여성계가 ‘여성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단체들이 우선적으로 시민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 여성의 권익과 평등사회를 위해 운동하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토론회 등을 통해 여성이슈를 개발하고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할 때 현재의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단체들의 왕성한 활동이 여성이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여기에 여성정치계와 정부도 탄력을 받아 여성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