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계적으로 등급화하는 농담은 용납될 수 없어
여성 비하가 농담거리로 유통되는 일상 문화에 성찰 필요

어릴 적 할머니께 늘 듣던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늘 말하던 것이 마침내 사실대로 되었을 때를 이르는 말”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무심코 한 말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대체로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담는 것을 경계시키려는 의도에서 사용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말에는 늘 긍정적인 것을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내용이든 긍정적인 내용이든 말이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현실적 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말도 일종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언어학자들은 이것을 ‘언어의 수행성’이라고 부른다.

말이란 단순히 사실, 또는 사실이 아닌 거짓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을 하는 사람에게조차도 그 말의 의미를 각인시키고 내면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 여성 의원이 강연 중에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이고,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이고,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는 발언이다.

발언의 당사자는 “우리나라 교사에 대한 처우가 좋고, 우수한 이들이 교사가 된다는 말을 하다가 시중에 나도는 우스개 얘기를 전했을 뿐”이라며 “여교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한겨레신문 11월 17일자)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가 어떠했든 여기서 문제는 ‘사람을 위계적으로 등급화하는 농담을 사용하여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모든 농담에는 말하는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있는 욕망이나 가치관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이 ‘시중에 나도는 우스갯소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그러나 누군가의 삶에는 덫으로 작용하는 지배적 질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여성에 대한 비하가 농담거리로 유통되는 일상 문화 속에서, 그 말을 거리낌 없이 농담으로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그러한 여성 비하적 문화를 부지불식중에 승인하는 것이다.

이 농담은 여교사라는 특정한 집단을 비하하거나 상처를 준 것을 넘어서, 여성을 결혼시장에서 등급화될 수 있는 존재로 환원한다. ‘~한 여자 교사’라는 표식은 ‘교사’라는 사회적 직책 이면에 있는 여성의 자리를 지시한다. 능력 있는 여교사들이 신붓감으로 등급 매겨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농담이 ‘못생긴 여자’ ‘이혼한 여자’ ‘애 딸린 여자(비혼모·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재생산하고 강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이는  여교사라는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를 넘어서, 여성을 바라보고 재현하는 사회의 편견과 부정적 시선을 암암리에 확산하는 효과를 가지고 온다. 더욱이 우스갯소리일수록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즉각적으로 유통되고 순환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강력하게 각인되고 내면화된다.

이번 발언에 대해서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유해한 파급 효과일 것이다.

말이 갖는 힘과 효과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 내뱉는 말들, 사적인 자리에서 오고가는 말들, 가벼운 농담들 하나 하나의 힘과 효과에 대해 민감한 감수성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항상 언어적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여성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이 여성들에게 희망과 믿음의 씨앗이 될지, 아니면 폄하와 차별의 씨앗이 될지를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발언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 사건을 통하여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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