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은 조직 파괴하는 핵폭탄
성희롱은 조직 파괴하는 핵폭탄
  • 강선미 / 전문기자·여성학 박사
  • 승인 2008.11.14 12:01
  • 수정 2008-11-14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단순한 여성들만의 문제일까? 그보다 파장이 훨씬 크다. 

K사장은 사업특성상 직원들의 남녀 성비가 비등한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회사 내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면서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황당한 일이란 다름 아닌 성추행 사건이다. 회사 임원인 A씨가 회식 후 집이 같은 방향인 여직원 B씨와 택시에 동승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B씨의 어깨를 잡고 ‘자러 가자’고 하는 등 불쾌한 성적 언동과 함께 가슴을 만지는 등 신체접촉을 시도한 것. B씨는 울면서 차를 세워 뛰쳐나간 후 다음 날부터 회사의 자리를 비웠고, 현재 A씨는 B씨에 의해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사건이 일어나자 직원들의 의견은 크게 양분되었다. 한편에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결의문을 돌려 A씨의 사퇴를 종용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남자가 술기운에 그럴 수도 있지, 검찰에 제소까지 하다니 보상금을 타내려는 꼼수”라며 B씨를 ‘질 나쁜 여자’로 몰고 갔다.

K사장은 회사의 최고결정자로서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했다. 회사 지분을 나눈 동업자이기도 한 A씨와 공분하고 있는 젊은 여직원들 중 어느 편을 들어야 할 것인가?

K사장은 매번 회식자리에서 A씨가 보여줬던 도를 넘는 행동들이 마음에 걸렸고, 평소 아껴온 유능한 여직원이 돌아오지 않는 사태도 유감스러웠다. 결국 K사장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A씨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태가 여성-남성의 집단적 권력싸움의 양태로 비화되더니, 급기야 평소 A씨를 따르던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하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CEO가 돼 가지고 그렇게 융통성이 없다니!” K사장은 이미 업계에서 돌고 있는 자신에 대한 이런 뒷담화가 불쾌하고,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불안하다. 그러나 만일 K사장이 ‘A씨 편’을 들었다면, 결의문까지 돌린 직원들은 가만히 있었을까?

분명 ‘직장 내 성희롱’은 중대한 여성인권의 문제다. 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나 기타 불리한 조치를 취할 경우, 기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4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면 많은 기업주들이 ‘값싼 해결방식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솜방망이’ 처벌규정이다.

그러나 문제가 닥치면 다르다. 중소기업의 남성 대비 여성 근로자 비율이 60%이고 여성들의 학력과 인권의식 또한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법규에 따른 벌과금 정도가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가져올 핵폭탄과 같은 조직 파괴력이 문제다. 유능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가? 각종 조직의 남녀관계에서 역동적 변화가 일고 있는 요즘, 기업 경영의 차원에서 성희롱 문제를 둘러싼 남녀 갈등 관리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식이 필요한 때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시작한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