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풀어보는 성교육 프로그램 눈길
“내가 수정이었다면 성관계를 요구하는 민우에게 처음부터 강하게 ‘아직은 싫어!’라고 딱 잘라 말했을 거예요. 피임기구 없이 성관계를 맺고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아이에게 못할 짓이죠.”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의 네 평 남짓한 성교육장은 작은 연극무대로 변신해 있었다.
이날 참석한 청소년 복지시설 마자렐로센터의 30여 명 청소년들은 리틀 맘에 관한 연극을 관람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십대 임신의 위험성’ ‘리틀 맘에 대한 편견’ 등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늘푸른여성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연극으로 풀어보는 늘 푸른 성교육’은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리틀 맘, 피임, 성적자기결정권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성문제를 쉽고 현실감 있게 다가가는 성교육 프로그램. 특히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무료로 상영되는 ‘민들레를 사랑한 리틀 맘 수정이’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한 18세 수정이를 통해 현실감 있게 리틀 맘의 고통을 그리며 청소년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서은(17)양은 “내 또래 친구가 고통을 겪는 모습을 극을 통해 보니까 나에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며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극 중간에 콘돔 사용법과 피임 방법에 대한 내용을 넣거나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때 찾아가야 할 기관들을 설명하는 내용이 등장하는 등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성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크다.
박성혜 늘푸른여성지원센터 소장은 “청소년들이 문화적 체험과 교육적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성교육에 문화공연을 활용하는 첫 시도”라며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장면을 통해 내용을 기억하기 때문에 거부감은 줄이고, 성교육 효과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