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 남녀 성대결 댓글 전쟁 벌어져

11월 12일 오후 6시쯤 인터넷에 뜨거운 논쟁을 예감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한국 남녀 불평등 악화. 세계 108위’라는 제목으로 스위스 제네바 소재 세계경제포럼(WEF)이 11일 발표한 ‘2008 글로벌 성(性) 격차 보고서’에 한국이 올해 조사 대상인 130개국 가운데 108위를 차지해 꼴찌에 가깝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는 128개국 중 97위였다.

교육과 보건, 고용, 정치 등 4개 부문에서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한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는 완전 평등을 1, 완전 불평등을 0으로 놓고 수치를 정한다. 우리나라는 ‘경제 참여와 기회’에서 110위, ‘교육 성취’에서 99위, ‘건강과 생존’에서 107위, ‘정치 권한 부여’에서 102위로 조사됐다.

1~3위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이 차지했고 미국이 27위, 중국 57위, 일본 98위며, 사우디나 예멘 같은 중동 국가들이 최하위권이라고 보도됐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가 올라온 지 불과 서너 시간 만에  포털 사이트마다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페미’나 ‘된장녀’ ‘마초’ ‘무개념’ ‘찌질이’ 같은 비속어가 들어간 댓글이 넘쳐났다.

포털 다음에서는 “성 격차 지수는 세계 108위지만 성평등 지수(GID)는 작년 기준 세계 4위”라며 “이는 한국의 남녀 사회 접근성 인프라는 세계 4위지만 실질적 사회활동 및 지위는 세계 108위로 여성들이 기회는 있지만 안 한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포함한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성 평등 지수가 세계 4위… 우리나라는 그 동안 모든 것을 여자들 편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가지수나 인권지수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위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 격차가 이리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정말 여자들의 게으름으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자 한 네티즌이 “성평등 지수가 4위?”라고 불쾌감을 표하며 맞벌이 부부의 80%가 여자가 살림한다는 통계에 대해 “아직도 시댁과의 갈등으로 이혼율이 높아가고 여전히 폭력에 휘둘리는 여성들로 인한 사회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같은 일을 해도 돈을 적게 받는 게 여자이며 대한민국 여성의 80%는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했으나 이로 인한 법적 처벌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라며 맞섰다.

댓글 중에는 남성이 올린 글이 월등히 많았다. 이들은 외국 여성들도 식당 일이나 계약직 일을 하는 여성이 많다거나 결혼하면 남편 성으로 바꾸는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리나라 여자들은 행복한 줄 알라’는 주장을 폈다.

한편 한 네티즌이 ‘여성들만을 위한 정부부처가 있는 나라,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실제로는 남성들만 지는 나라, 결혼하면 아내 성씨가 남편 따라 바뀌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계성씨승계원칙을 폐지한 나라, 결혼하면 집 사는 건 남자가 책임져야 하는 나라, 그런데 이혼할 땐 똑같이 반반씩 나눠야 하는 나라, 생리휴가, 생리결석이란 제도가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글을 올리자 곧바로 강력한 응대가 이어졌다.

한 여성은 ‘여성들만을 위한 정부부처를 가장해서 가정을 여성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나라,  국방의무를 남자들에게 지게 하고 동등한 직위의 남녀에게 차등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는 나라.

여성의 빈곤화와 고착화된 성차별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 나라. 아버지의 성을 당연한 듯 주면서 선택을 위해서는 법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나라, 혼수는 당연하게 받는 나라, 가사 노동을 강요하면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 여자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남자는 육아에 관심이 없는 나라’라고 반격했다.

이번 ‘2008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는 인터넷 상에서 여성들보다 남성들에게 더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과 경기침체 등 어려운 현실이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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