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원 수적 열세·남성 중심적 의회문화가 원인
성실·전문성 ‘대체로 만족’…도덕·성인지성 ‘부족’

광역의회 등 지방의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성인지적인 법안 처리와 의정활동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 해 전국 광역의회 활동을 평가하는 지방의회 여성모니터단 최종 보고회 ‘지방의회 여성모니터단-여성이 바라보는 의정, 여성이 참여하는 의회’가 지난 10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방의회 여성모니터단 결과 보고’를 통해 “성별의 관점에서 지방의회는 대표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서울·경기·충남·대전·전북·울산·부산·제주 등 8개 광역시에서 총 112명의 모니터 요원이 참여해 8월과 10월 사이 짧게는 9일에서 길게는 15일간 지방의회 활동을 모니터링 한 결과 “여성 의원의 부족이 여성의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많은 과제들을 소홀히 처리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10%대의 지방의회 여성 의원의 수적 열세다.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실시된 광역의원 후보 2279명 가운데 여성 후보는 243명이었으며 당선 광역의원 733명 중 여성 당선자는 89명으로 12.1%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여성 의원의 부족은 여성의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과제, 즉 교육·환경·사회복지 이슈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모니터링에서 이들 의회가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발언했는지 살핀 결과, 질문이 가장 많은 분야는 일반행정(24.3%)이었고 다음은 지역개발(20.0%) 관련 질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여성인권보장 및 차별해소 등 여성문제 관련 질의는 전체 3.9%를 차지해 전체 여성 의원 비율보다 훨씬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방의회가 성인지적이지 못하다는 또 다른 원인은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지방의회의 분위기를 들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여성 관련 이슈가 적은 이유는 여성이슈가 여성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특히 남성 의원들은 여성이슈에 관심이 없고 여성의 입장에서 문제를 고려하지 못하는 등 성인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여성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이며 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비록 여성의 숫자가 많지 않더라도 남성 의원들이 여성의 이익을 주장하거나 혹은 성인지적인 의정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결과 보고에 따르면 올해 광역시 지방의회 의원들은 성실성 면에서는 출석률이 82.5%로 비교적 높았으나 15.6%가 회의 중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조사돼 좀 더 진지한 회의 참석 태도가 요구됐다.

전문성 면에서는 발언활동이 비교적 활발하고 전체 37.5%가 정책과 이슈개발 질문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아 정책 지향적이고 전문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도덕성에서는 지난 9월 서울시의회 의장선거 뇌물사건 등 선거에서 금품·청탁이 오가는 등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자주 있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지역이익만을 챙기는 지역이기주의, 선수가 거듭되면서 관료주의에 매몰되는 모습 등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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