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경제위기에 밀려 ‘여성이슈’ 눈길 ‘뚝’
여성단체 약세·여성 정치인 성향 다양화도 원인

18대 국회 들어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에서 여성이슈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의 없어 여성의 관심사가 주요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성이슈를 가장 크게 다루는 여성위원회가 여야 간 증인 채택을 놓고 의견 합의를 못해 일정을 연기했다.

 이달 초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성부 장관이 출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답변석상에 나간 적이 없을 만큼 정치권에서 여성 관련 정책에 대한 의회와 정부의 낮은 관심도가 반영되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여성의제의 약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18대 국회 들어 촛불정국과 멜라민 파동 등 굵직한 사건들과 미국발 증시 폭락으로 인한 세계 경제위기 등이 줄지어 발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로 여겨지던 여성이슈가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 형성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엄태석 서원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특히 국제 증시 폭락으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 상황은 정치권 등 사회의 모든 관심이 ‘먹고사는 경제적 이슈’에 집중되면서 여성이슈가 상대적으로 제기되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17대 국회까지 여성 정치인들과 함께 여성이슈의 의제화·제도화에 앞장섰던 여성단체가 최근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감소 등으로 인해 세력이 약화된 것이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18대 여성 국회의원의 특성에서 찾으려는 시각도 있다.

17대의 경우 여성운동계 출신의 의원들이 다수 의회에 진출해 성평등·여성인권·성주류화 등에 대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부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대 들어서는 여성계가 아닌 전문 분야에서 발굴된 여성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관심 분야도 여성에 국한되기보다 일반적인 영역으로 확대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17대 국회까지 여성 의원들의 적극적 활동으로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여성 관련 법안이나 제도가 거의 다 마련돼 특별히 새롭게 제기할 수 있는 여성이슈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이미 마련된 제도들을 더욱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정치권에 여성들의 진입과 세력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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