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동등참여’ 명문화
한계와 부작용은 여전

‘모든 선거에 여성과 남성이 50%를 차지하여야 한다’는 평등의 기본 이념을 헌법과 선거법에 담고 있는 프랑스. ‘파리테법(La Prite′)’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할당제 시행 결과는 한국의 여성정치참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으로 할당을 규정한 나라이기에, 여성정치참여 확대 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한결같이 인용되는 프랑스 파리테법은 실제 2000년 제정 이후, 정당명부식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만 운영되는 시의회(21.7%→33%), 지역의회(12.1%→47.6%), 유럽의회(29.8%→43.6%) 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냈고, 개별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선출직 선거인 하원, 상원, 도의원 선거의 경우에도 소폭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테법은 명문화 자체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 단체, 여성정치인, 여성학자들이 힘을 모아 헌법까지 바꾸며 위헌 논란을 없앤 운동 과정에 또한 큰 의미가 있다.

그러한 과정이 결국 단순히 선거법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남녀가 동등하게 권리와 책임을 나눈다는 파리테 정신’으로, 보수·진보의 벽을 허물며 여성을 하나로 연대하게 만드는 강력한 정치 도구로서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 규정·강제력 등 보강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이면 시행 10년을 맞는 파리테법은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50% 할당만을 규정했지 그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과 강제력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례순번에서 당선 가능성이 적은 뒷순번에 여성을 배치하는가 하면, 시의회의 경우 파리테법 적용 기준을 3500명 이상으로 한정, 단지 4000여 개의 지역만이 파리테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반면 3만2000개나 되는 3500명 미만의 지역은 파리테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한 정부보조금 삭감 조치를 받을지언정 낼 만한 여성 후보가 없다며 배짱을 부리는 정당도 한몫 해 선출직에서는 거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최근 프랑스는 교호순번제와 수리불허 등 강력한 제재규정을 새롭게 추가했지만 ‘남녀 동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한 할당제가 무색하게도 파리테법이 제대로 적용될 수 없는 선거제도와 남성 중심적인 정치문화는 프랑스 여성정치 세력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테법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까지 남녀차이에만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는 프랑스 에페르농 지역 여성 시장의 말처럼 남녀 동등 참여의 정신이 명문화된 제도를 통해 의식적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언적인 제도화를 넘어서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정치문화와 할당제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진정한 남녀 동등 참여로 나아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은 프랑스가 넘어야 할 새로운 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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