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적이면서 편안한 뉴스 기대하세요"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이를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진 요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깊이를 찾는 안내판이 되겠습니다.”(정세진)
“앵커 오디션 도전 다섯 번 만에 드디어 꿈을 이뤘습니다. 현장 기자의 경험을 살려 심층적인 뉴스를 편안하게 진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윤희)
지난해 MBC 김주하 앵커가 단독으로 주말 9시 뉴스 진행을 맡아 관심을 모은 데 이어 이번에는 경쟁사인 KBS가 한층 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한 것이다.
1999년부터 2년간 주말 9시 뉴스를, 이후 2006년까지 평일 9시 뉴스를 진행한 바 있는 정세진 아나운서가 뉴스타임 오디션에 응시한 것도 새로움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2007년 1월부터 1년 6개월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미국에서도 여성 더블 앵커를 봤는데 곧 친숙해졌다. 다양성 측면에서 남성 앵커 두 명이 진행하는 뉴스도 곧 등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윤희 기자는 기자로서의 현장 경험과 더불어 아이를 키우는 주부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 기자는 “엄마가 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넓어졌고 취재하는 사안들이 피부로 와 닿게 됐다”면서 “주부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질까에 대해서도 빨리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타임은 20∼40대 대도시 주부 시청층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번 앵커 발탁이 가진 또 하나의 의미는 9시 뉴스를 진행했던 여성 앵커들은 그만두는 것이 관례였던 것을 깨고 정세진 아나운서가 뉴스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이다. 여성 앵커가 더 이상 ‘뉴스의 꽃’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세진 아나운서도 “나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 좀 민망하기도 했다”면서 “현재의 오디션 제도가 아니고서는 앵커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 더블 앵커의 진행과 더불어 뉴스의 형식과 내용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뉴스에 대한 단순한 전달만이 아니라 앵커들이 자신의 분석을 덧붙이는 방식을 선보이며 앵커가 직접 현장에 나가거나 취재에 참여하는 ‘앵커 리포트’ 코너도 마련된다. 형식에 있어서도 나열형 뉴스가 아닌 각 주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매거진형 뉴스’를 지향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 아나운서는 “미국 유학 시절 그곳 뉴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앵커들의 깊이였다”며 “전에 진행하던 뉴스 포맷과 달라진 만큼 취재나 기사 쓰는 법도 배워야겠다”고 말했다.
또한 말랑말랑한 뉴스만을 전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며 정치나 경제 등 어려운 분야의 뉴스도 쉽고 편안하게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윤희 기자는 “공영성을 잃지 않은 내용이라면 성역 없이 보도하겠다”는 의지를 비치며 “가급적이면 실생활에 와 닿는 뉴스를 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KBS 2TV 8시 뉴스는 그간 뉴스 파노라마, 뉴스 비전, 뉴스 투데이 등 여러 이름으로 폐지와 신설을 반복해 왔다. 그런 탓에 이번 뉴스 타임의 신설에도 적잖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블 여성 앵커의 기용이 반짝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칠지, 새로운 뉴스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