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역대 선거와는 달리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오바마가 선거 당일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에서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축제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시카고 그랜드 파크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나와 오바마의 당선 연설을 기다렸고, 지역 교회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환호했다. 대학 기숙사에서도 작은 축제가 열렸다. 길거리에는 오바마의 선거 문구였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바마는 당선 연설을 통해 “젊은이든 노인이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흑인·백인·히스패닉·아시아인·원주민이든 미국 국민은 전 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미국은 ‘파란 국가(blue state·민주당 상징)’도 ‘빨간 국가(red state·공화당 상징)’도 아닌 미합중국”이라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미국은 오바마를 통해 ‘보다 완벽한 통합(the more perfect union)’을 위한 역사의 신(新) 새벽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의 승리는 미국 사회의 변화 욕구와 미국발 금융위기가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집약된다.

당시 CNN이 유권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국 국민의 57%가 경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둔 반면, 공화당이 줄곧 내세웠던 테러에 관한 관심은 10% 미만이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의 재선 때 테러로 인한 국가 안전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0%가 테러에 대한 관심을 뽑았고 20% 미만이 경제를 언급했다.

이번 대선에서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미국은 변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 이외에도 여성 정치 지도자들이 선거의 핵심으로 부상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경선 때 힐러리는 오바마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는 페일린이 선택되었다.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미국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할 수 있지만, 만일 경선에서 힐러리가 이겼어도 첫 여성 대통령 후보 또는 여성 대통령으로 새로운 역사가 될 수도 있었다.

페일린 또한 이번 선거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여성이었다. 매케인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페일린을 뽑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지금까지 공화당에서 매케인의 입지는 공화당 후보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강경 보수파 공화당 의원들은 매케인을 비난했고 페일린은 강경한 보수 정치인으로서 매케인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선에서 패배한 힐러리의 지지층을 불러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초기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페일린은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페일린이 다음 선거에서 의미 있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낙태, 배아줄기 세포 연구문제 등 많은 여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에 대해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국 국민이 선거에 임하면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했던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이제 미국은 낡은 정치를 버리고 보다 완벽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고 있다. 매케인 역시 역대 미국 대통령 패배 연설 중에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과에 진심으로 승복하는 민주주의의 참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 2008년 11월 4일에 미국의 새 역사는 시작되었고 이제 오바마에게는 축복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4년의 기회가 주어졌다.

경제 공황으로 인해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은 미국에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바마의 당선은 단지 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담대한 희망’을 들어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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