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자들은 그동안 여성에 관한 경험 연구를 통해 ‘여성들 간 차이문제를 구체화하는 것’을 미래 의제로 꼽았다.
여성학자들은 ‘차이’가 ‘차별’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여성 내부의 차이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하지 않으면 여성 내부 차별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 60년간 진행되어 온 여성학 연구는 여성정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문제가 국가의 중심적인 의제로 다루어지도록 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학은 정통 학문에서 분리된 영역으로 다루어져 온 가족·노동·성 등의 영역이 상호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면서 기존 연구들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왔다.
예를 들어 여성정책에서 주요 주제가 된 ‘일과 가정의 양립’은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위치와 가족 안에서의 위치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여성학 연구들의 통찰에 토대를 두고 있다.
연구 주제로서 ‘젠더’가 주목받는 현상도 성과로 꼽힌다. 여성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 여러 학문 영역에서 여성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사회는 여성 삶이 개선된 몇 가지 현상만을 두고 성평등이 이미 달성됐기 때문에 여성학이 그리 중요치 않다는, 심지어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여성연구가 이론적, 실천적으로 정교한 논의를 개발하는 데 다소 부족한 성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학과 여성주의가 반격당하는 현실에서 ‘학제 간 협력연구’를 통해 복잡하고도 급변하는 여성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시험관 아기 시술이나 난자 기증 등의 문제는 주로 사회과학 영역에서만 다뤄지던 여성학이 인문학, 자연과학과의 학제 간 연구를 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여성학 연구자들은 새로운 논의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들이 보수화되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조주현 계명대 교수(여성학)는 “현재 여성학의 비판적 문제의식이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끌어당기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