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평균임금을 100원으로 볼 때 지난 15년간 여성들의 임금은 평균 56원에서 66원으로 높아졌다. 얼마나 먼 길을 더 가야, 남성과 여성의 임금이 동등해질까.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3년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43.5%였고, 이후 감소추세가 꾸준히 지속되어 2007년에는 33.6%로 줄어들었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를 ‘성별임금격차’라고 한다. 이 수치는 적을수록 평등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통계는 그동안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별임금격차는 그 부당성을 인지하기가 쉽고 불평등에 대한 명백한 경험적 증거가 되기 때문에 국제비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의 약점도 있다. 바로 ‘격자 제로’에 대한 환상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없어요~”라는 노래를 종종 불러야만 평균임금격차 ‘제로’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다.

실제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전면 실시되어도 성별임금격차는 ‘제로’가 될 수 없다. 왜 그럴까?

지난 2003년 미연방의회의 회계감사원(General Accounting Office)은 경제영역에서 모든 성차별을 제거할 경우의 성별임금격차를 연구, 이를 발표했다. 결과는 21%였다.

이로써 당시 40%의 임금격차 중 나머지 20% 정도는 양육과 가사, 돌봄 등에 대한 책임에 따른 저조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교육, 직업, 근속기간 등 다른 영역에서 누적된 성별격차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는 한편, 평균임금의 간극을 더 이상 좁힐 수 없는 한계를 설정할 수 있었다. 이를 우리는 ‘적정성별임금격차’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여건이 미비한 탓에 ‘OECD 국가들의 평균 성별임금격차(2006년 18%)’를 기준으로 우리의 수준을 비교하고 있다. 이러한 맹점에도 불구하고, 성별임금격차는 양성평등한 국가와 사회 경영을 위해 유용한 개념도구가 될 수 있다.

“여성이 동등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남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불안을 불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1999년 발표된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의 연구결과가 이러한 희망에 힘을 보태준다.

연구결과의 핵심 내용은 “성별임금격차 때문에 미국의 맞벌이 가정은 연간 약 2000억 달러를 손해보고 있고, 일하는 엄마들이 손해를 보는 만큼 아버지들의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맞벌이 가족만이 아니라 홀로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 가구주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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