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드라마 ‘바람의 화원’
[미디어 비평] 드라마 ‘바람의 화원’
  • 윤혜란 /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 운영위원
  • 승인 2008.11.07 11:29
  • 수정 2008-11-07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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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관계보다 ‘여성 화가 신윤복’ 정체성 찾아야

 

‘바람의 화원’중 신윤복(왼쪽)과 김홍도.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cialis manufacturer coupon site cialis online coupon
‘바람의 화원’중 신윤복(왼쪽)과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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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을 여자로 설정한 역사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문에 ‘신윤복이 여자였나?’ 하는 혼란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신윤복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혼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아예 신윤복을 여자로 알고 넘어갈 소지도 있다.

이런 파장을 미리 예상했을 텐데 왜 ‘여자 화가 신윤복’이란 설정을 고수했을까. 흔히 역사 드라마는 역사에 그럴듯한 상상을 더하여 재해석하는데 ‘바람의 화원’은 아예 실존 인물의 성을 바꿔버리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설득력이 있어야 그럴듯한 상상력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화가’ 신윤복의 시각 실종

‘천재 화가’에 대한 감탄만 남아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으로 인해 신윤복(문근영)은 ‘여자’이며 ‘여자 화가’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진행된 내용을 보면 ‘여자 신윤복’에 대한 상상력은 풍부한데 ‘여자 화가 신윤복’에 대한 상상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여자 신윤복’은 애정 관계의 한복판에 서 있다. 기생 정향(문채원)과 정인 관계이고, 단원 김홍도(박신양)와는 애정 관계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신윤복이 남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관계 모두 동성애적인 시선을 더함으로써 애정 전선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여자 화가 신윤복’에 대한 긴장감은 떨어진다. 여자 화가로서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이나 여자를 그리는 화가로서의 생각, 조선시대 여성문제에 대한 시각 등 화가 본인의 입장이 나타나지 않는다. 드라마 중간 중간 신윤복의 그림이 나올 때 함께 나타낼 만도 한데 그렇지 못하다. 다만 신윤복은 워낙 잘 그리는 화가일 뿐이고 그림을 본 다른 사람들의 감탄과 평가만 있을 뿐이다.

‘기다림’이란 제목의 그림의 예를 보면, 이 작품은 조선시대 처음으로 여자를 중앙에 둔 그림이라는데, 그렇게 그린 이유나 중앙에 둔 피사체에 대한 화가의 생각은 나오지 않는다. 여인네의 기다리는 마음을 헤아리는 화가의 언급은 생략이고 물아의 경지에서 그렸기 때문으로 결론 맺을 뿐이다. 그림 ‘단오풍정’의 경우 신윤복이 여자들 세계에 완전히 빠져서 그렸다기보다 남장을 여장으로 고쳐서 여자들 세계를 훔쳐보는 심정으로 그렸을 개연성이 높다.

또한 조선시대 피지배 계층에 속한 여성으로서의 저항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양반세계의 일탈을 비판적으로 그린 그림 ‘주사거배’ 대목에서 신윤복은 ‘보이는 대로 그리는 천재’일 뿐이다.

어쩌다 여자 화가 신윤복의 마음을 그림에 담는 대목도 있긴 있다. ‘무녀신무’를 그리기 전 굿 장면을 보고 “나랏법을 어겨서라도 사내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조선 여인네들의 마음이 서글프지 않은가?”라며 비로소 조선 여자들이 처한 문제를 언급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전체 드라마에서 봤을 때 매우 드물다.

실존인물 성 바꾼 이유

동성애 관계 부각 위해서인가

‘바람의 화원’이 ‘여자 화가 신윤복’보다 ‘천재 화가 신윤복’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시청자들의 일시적인 감탄은 얻을 수 있으나 공감은 얻기 어렵다. 이제 막 화원이 된, 그것도 아주 어려 보이는 신윤복이 남녀관계, 단옷날 여자들의 정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의 마음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렸을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천재 화가로 초점을 맞추더라도 이런 과정은 필요하다. 극중 신윤복을 물아의 경지를 아는, 보이는 대로 잘 그리는 천재 화가로서보다 다양한 인생사를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친 천재 화가를 보여주는 것이 설득력 있지 않을까.

물론 그림이라는 것이 하나하나 화가의 입으로 설명을 하고 몸으로 체험한 후에야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림에는 화가의 마음이나 생각이 담겨 있어야 뛰어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림에는 그리는 자의 마음과 그림 속에 들어온 자의 마음이 다 들어 있다”라고.

마찬가지로 신윤복의 그림 속에는 여자 화가 신윤복의 마음과 생각도 나타나야 하고 여자의 가치도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드라마가 굳이 신윤복을 남자에서 여자로 바꾼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역사 속 인물 신윤복은 여자’라는 설정이 성을 바꾼 설정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동성애 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만은 아니었으리라고 본다. 신윤복과 정향, 김홍도와의 다면적이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서 성을 뛰어넘은 예술가 신윤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신윤복이 굳이 여자가 아닌 남자여도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역사 속의 신윤복이 남자면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역사 드라마는 현 시대를 반영하여 역사를 재해석한다.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을 재해석하고 있다. 역사 속의 신윤복이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여자의 가치일 것이다. 이 점을 드라마 속 신윤복은 스스로 담아내고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 속의 남자 신윤복과 드라마 속의 여자 신윤복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시청자들에게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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