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가족영화에 녹여낸 이스라엘 현대사
감동적인 가족영화에 녹여낸 이스라엘 현대사
  • 옥선희 / 영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11.07 11:27
  • 수정 2008-11-07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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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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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을 마친 피곤한 몸으로 귀가한 스튜어디스 미리(밀리 아비탈). 중국인 가정부가 한 시간만 봐달라며 6살 된 아들 (바오퀴 첸)을 맡기고 급히 나간다. 가정부는 오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에 아이는 국수만 먹어대 ‘누들’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미리는 경찰서를 찾았다가, 가정부가 불법 노동자였으며, 누들은 호적 없는 아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미리는 중국으로 추방된 가정부의 주소를 어렵사리 알아내고, 누들을 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낼 묘안을 찾는다.

장르상으로는 가족, 여성, 멜로 영화라고 규정지을 수 있으며, 내용상으로는 이주민 노동자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누들’(Noodle)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스라엘 영화다.

2002년 이민국이 설립된 뒤 당선된 아리엘 샤론 총리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강제 추방을 선포했고, 이 때문에 이스라엘 사회는 무척 시끄러웠다고 한다.

여성 감독 아일레트 메나헤미는 외국인 노동자 보호 단체장으로부터, 어머니의 강제 출국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 이야기를 듣고 ‘누들’을 만들 결심을 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 문제는 ‘누들’과 함께 출시된 ‘젤리 피쉬’(2007)의 필리핀 아줌마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누들’은 이주 노동자 문제를 떠나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안긴다. 이는 아일레트 메나헤미 감독이 2개의 모티브를 더해 ‘누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30대에 떠난 중국 여행에서의 소외감과 소통의 어려움, 전쟁으로 남편을 둘씩이나 잃었다는 항공사 여승무원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누들’의 여주인공인 37살의 아름다운 미리는 전쟁으로 두 번이나 남편을 잃어 마음의 문을 닫고 살고 있다. 출산 경험이 없는 미리는 누들을 이해하지도, 다룰 줄도 모른다.

언니, 언니 친구들, 조카, 심지어 강아지가 누들을 더 잘 돌보고 친구가 되어준다. 미리와는 정반대 외모와 성격의 체육 교사인 언니 길라는 남편과 별거 중에 과거 애인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또한 길라는 자신보다는 같은 항공사에 근무하는 남편과 의논을 많이 하는 미리, 미리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이들과 자주 다툰다. 즉 어른들 모두 사연과 상처가 있어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른 세계에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 소년이 남겨져, 어른들로 하여금 한마음이 되어 모험을 하게 만든다. 성인 영화에 등장하는 어린이가 대개 그러하듯, 누들은 어른들로 하여금 욕심, 과거, 상처, 불화를 스스로 깨우치고 떨치게 하는 천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국어 사전을 들춰보며 누들과 필요한 정보만 나누려 했던 미리는, 누들을 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자신의 의무이자 삶의 온기를 되찾는 길임을 깨닫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길라는 마음속에 감추어 두었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갈 용기를 낸다. 영화 마지막의 비행 모험이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런 상투성을 용서하고 싶을 만큼 ‘누들’은 순수하고 아름답고 가슴 따뜻해지는 유머러스한 영화다.

차분하고 이지적인 미리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밀리 아비탈은 “나의 역동적 에너지와는 반대로 미리는 피곤하며 상실감에 젖어 있고, 느릿느릿하며, 축 처져 있다. 미리는 누들 덕분에 다시 미소 짓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여자다”라고 인물을 분석한다. ‘누들’은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이스라엘 아카데미영화제에선 거의 전 부문 후보에 올랐다.

감독 아일레트 메나헤미/ 출연 밀리 아비탈, 바오퀴 첸/ 제작연도 2007년/ 시간 97분/ 등급 전체/ 출시사 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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