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칠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다”
‘여성운동의 대모’ 평생 실천가의 삶 오롯이 담아내
올해 말 모든 공직 은퇴 후 ‘제3의 삶’ 계획도 밝혀
‘여성운동의 대모’라 불리는 박영숙(76)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여성운동의 최전방에서 지금까지 실천가로 살고 있는 박영숙 이사장의 삶을 담은 ‘박영숙을 만나다: 박영숙 허스토리’가 발간됐다.
박 이사장에게는 유난히 따르는 직함이 많다. 한국여성재단뿐 아니라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미래포럼 이사장, 희망포럼 공동대표, 뉴패러다임포럼 고문,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고문,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사 등이 그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평양에서 태어나 한국전쟁과 군부독재정권 시절을 온 몸으로 살아낸 그는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의 현장에서, 정치계에서, 그리고 환경운동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항상 서 있었다. 지난 6월 시청 앞 촛불 문화제 현장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함께 있었던 후배들은 여전히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를 자랑스러워했다.
‘생을 마칠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박 이사장.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의 현장에 있었던 그의 생애는 한국 여성들의 ‘허스토리’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그의 삶을 5개의 부분으로 나눠 자세하게 소개한다.
특히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프롤로그가 볼거리다. 7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 자신들을 미행하던 형사가 버스에서 쫓아 내리지 못하자 ‘야 내려’라고 큰 소리로 불렀다는 일화(이해동 목사 부인 이종옥씨), 연말이면 집으로 활동가들을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으로 파티를 여는 모습(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 TV 드라마를 보면서 눈이 빨개져서 울고 조카손녀와 함께 송승헌을 좋아하는 순수한 할머니의 면모(조카딸 김정림) 등.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듣는 그에 대한 일화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난 반세기 동안 현장에서 활동가로 살아온 박 이사장은 올해 12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제3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생을 마칠 때까지 자기 자신의 자원을 활용해야 하며 자기가 자신을 고용하는 창의적인 새 업종을 찾아야 한다”는 그는 ‘여성운동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원과 몸으로 하는 자원봉사를 새 직업으로 삼아 남은 삶을 일궈 나갈 계획이다. 그의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다른 것을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만나는 것, 열려 있는 공간에 들어가 어우러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여성이 가진 관계성의 고유한 특징이며 우리가 지향하려는 사회를 여성적 관점에서 상상해야 하는 이유다.”(박영숙)
* ‘박영숙을 만나다’ (김현아 엮음/ 또하나의문화/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