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일생에서 다른 모든 기억은 잊고 가장 행복했던 단 하나의 추억만을 선택해 기록한다는 내용의 일본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내게 여운이 오래가는 영화다.

몇 년 전 12월 31일 밤 그 영화를 보고 수많은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혼란스러웠다. 너무나 많은 시간들이 아름답고 각별해서 결국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을 포기했다. 패션을 전공하고 일을 해온 지 어느 새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많은 패션 중에 가장 각별하고 아름다운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어려운 일이지만 떠오르는 단어가 타임리스(Timeless)다.   

유행(流行)을 풀이하면 흘러가는 것, 그것이 바로 패션의 본질이다. 어떤 면에서 패션이란 시간을 거스르기 무척 힘든 유한함 자체가 아름다움의 진정이 아닐까. 하지만 그 시간을 초월하고 견뎌내면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사랑 받는 것, 우리는 그것을 타임리스라고 부른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디자인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기발하고 독특한 발상, 과장되고 자극적인 표현, 그 짜릿하고 새로운 모습이 물론 우리의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지만 올 가을 단순하고 기본적인, 그러면서도 세대를 아우르고 뛰어넘는 타임리스에 대한 조명이 새롭다.

지난 몇 년간 섹시하고 로맨틱한 장식들로 과장되었던 패션은 지난 시즌부터 서서히 거품을 거둬내고 기본이 지닌 미덕, 평범함 속에 진실을 드러내는 온화한 세계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비싼 상품을 칭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명품이라는 것은 사실 가격의 문제라기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랑받는 아이템을 말한다.

샤넬의 트위드 수트가 그렇고 리바이스의 청바지, 버버리의 트렌치코트가 그렇듯이. 시공을 초월하는 그 힘은 본질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기능적인 디자인과 편안하면서도 완벽한 형태로 드러나는 가장 단순한 모습이다.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이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처럼.

변화와 새로움이 생명인 패션, 그 가장 소중한 자리에 타임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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