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소설집 ‘돼지꿈’ 내
중년여성 삶 진솔하게 순간포착

 

“작품이랄 것도 없어요. 출판사 권유로 그동안 써놨던 걸 모아 낸 것뿐인데 뭘. 신작이라고 발표하기도 민망하네요”

장편소설 ‘새’를 펴낸 지 12년 만에 소설집 ‘돼지꿈’을 내놓은 작가 오정희(61)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끝내 고사했다. “올해로 문단 데뷔 40년을 맞으셨는데 의미 있는 일이 아니냐”며 꼭 만나뵙고 싶다는 청에도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40년을 맞은 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다음에 제대로 된 작품으로 만나겠다”며 한사코 물러났다.

환갑을 훌쩍 넘긴 한국 문학계의 ‘큰 언니’ 오정희씨.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그는 40년의 작가 생활 동안 5권의 소설집과 1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이번 출간은 두 번째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를 펴낸 지 2년만이다. 이력에 비해 결코 많지 않은 작품 수이다 보니 그의 소설을 목 빼고 기다리는 팬들이 있을 법하다. 작품 수가 많지 않다고 해서 결코 글쓰기를 게을리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이번 소설집 ‘돼지꿈’이 보여준다.

오정희 작가는 ‘국어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문장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상적인 대화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밀도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의 문장은 많은 작가에게도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신경숙은 자신의 문학수업이 많은 부분 오정희에게 기대고 있음을 고백한 적이 있고, 공지영은 습작 시절 오정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춘천행 기차에 오른 적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가는 ‘민망하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돼지꿈’에 실려 있는 단편 25편은 허투루 흘려보낼 만한 작품들이 아니다. 웬만한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원고지 20장 안팎의 짧은 글들에는 ‘우화소설’이라는 표제를 붙였다.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을 탄탄한 구성과 특유의 필력으로 맛깔나게 버무려냈다. 글 하나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며 읽어나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표제작 ‘돼지꿈’은 300만원을 떼어먹고 달아난 육촌 시누이를 찾아 서울행 기차에 오른 순옥이 주인공.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아기의 모습에서 ‘삶의 소망이나 희망 따위는 잊은 지 오래라고 생각하는 이 즈음에도 밤마다 가슴으로 내려앉는 시커먼 천장을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을 본다. 잠깐 졸고 있는 틈에 옆에 홀로 남겨진 아기를 발견하고는 지난 밤 꿨던 ‘돼지꿈’을 떠올린다.

‘한낮의 산책’은 마흔을 갓 넘긴 독신남 인걸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숱한 맞선에도 짝을 만나지 못하고 열여섯 살 때의 첫사랑 정애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그는 어느 날 꿈속의 그녀와 꼭 닮은 소녀를 따라 미행하게 된다. 소녀를 따라가다 중년 여성이 되어버린 첫사랑 정애와 씁쓸한 조우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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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책에 담긴 글 속에는 우리 일상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다. 아파트 옆집에서, 동네 어귀에서, 친척이나 친구들 중에서 만날 법한 현실 속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남편이 생일에 보낸 꽃다발을 첫사랑이 보낸 것으로 착각하거나(‘꽃다발로 온 손님’), 매일 술취해 들어오는 남편에게 대항하겠다고 해장국 거리를 사는 대신 잠이 덜 깬 남편 앞에서 소주를 병째 들이마시는 미워할 수 없는 에피소드를 벌인다(‘맞불 지르기’). 발레리나를 꿈꿨으나 현재의 모습에 울음을 터뜨리다 비오는 소리에 빨래를 걷어야 한다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새로이 시작하기에도, 포기하기에도 어려운’ 아내의 30대 중반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마흔에 다시 쓰는 일기’).

기쁨과 슬픔, 고통과 번민의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 있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 평소 지쳐 있던 나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이거 내 이야기잖아’라고 생각하게 되며 ‘인생이 다 그렇지. 누구나 세상 사는 것은 다를 바 없다’며 어느새 마음을 치유 받게 되는 공감력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여성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의 재능은 짧은 작품들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특히 1980년대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모아진 이번 작품들 속에는 중년을 보내며 느꼈던 작가의 감성이 담겨 있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이 한때의 기대와 열정을 조금씩 포기하고 생활이라는 괴물과 타협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비감하고도 서글픈 일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누구든 그 애환이나 일렁이는 마음의 무늬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공감이 생의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이 작품을 대변한다. 출판되자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소설판이라고 불리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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