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상암중학교에서 성교육을 진행한 권박미숙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말이다.
그는 “학교나 거리에서 성교육을 진행하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남학생들 사이에 ‘그들만의 성문화’가 뿌리 깊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라며 “여학생들은 잘 따라오는 반면, 남학생들은 ‘왜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학교 성교육이 겉돌고 있다.
지난 4월 대구 초등생 성폭력 사건 이후 성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지만, 이미 ‘19금’ 수준을 넘어버린 십대 청소년들의 성의식과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서울지역 남녀 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0% 이상이 “학교 성교육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섹슈얼리티(sexuality) 교육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성교육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이해하는 생물학적인 성(sex)이고, 다른 하나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처럼 남녀에게 달리 요구되는 성역할을 이해하는 사회·문화적인 성(gender)이다.
문제는 섹스와 젠더 교육만으로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상대방과 욕구가 다를 때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등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가진 고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적 자존감과 성적 의사결정 능력을 훈련하는 섹슈얼리티 교육의 공백은 ‘야, 누워’와 같은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성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 3월부터 성교육을 포함한 보건교육을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연간 17시간 이상 의무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개정한 학교보건법에 따른 조치다. 2010년부터 중학교의 경우 교과재량활동 선택과목으로, 고등학교는 교양 선택과목으로 ‘보건’과목을 신설, 운영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학교 성교육에 섹슈얼리티 교육을 통합시킬 호기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10년 말까지 보건 교과서 집필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