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여성지도자상 수상자 이인복 교수
[인터뷰] 한국여성지도자상 수상자 이인복 교수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10.31 10:41
  • 수정 2008-10-3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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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 나자렛성가회 설립한 후 30년간 운영
가정폭력·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치유·자립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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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민원기 기자
“예전에는 왜 성가회를 운영하느냐고 물으면, 가진 것을 가졌고 갖기 싫은 것을 안 가져서, 성매매 피해 여성이나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아닌 것, 미혼모 안 된 것, 과부 아닌 것이 감사해서라고 답했지만, 이제 철이 들어서인지 죽음이 무섭지 않고, 슬프지 않고, 행복한 죽음을 맞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제6회 한국 여성지도자상을 수상한 이인복 숙명여대 명예교수(나자렛성가회 이사장)가 밝힌 수상 소감이다. 대한YWCA연합회와 한국씨티은행이 수여하는 한국여성지도자상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기여해 온 여성 지도자에게 주는 상으로 2003년 제정됐다.

이인복 교수는 사재를 털어 나자렛성가회를 설립, 운영하며 나눔의 미덕을 실천해 온 인물. 나자렛성가회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 등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마음을 치유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퇴직금과 연금을 털어 지금의 건물을 마련했습니다. 여기 내놓은 저의 재산은 성서 말씀 속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와 같습니다. 모든 것은 본래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것이며 다시 돌려 드림으로써 내가 죽은 다음에도 더 많은 사람들을 돌보는 복지기관으로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가 여성 복지사업에 한평생을 바치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한국전쟁 중 아버지와 오빠들이 납북 당한 뒤 폐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은 딸들과 부평 외가를 찾아 이주했던 어머니는 기지촌이 있는 부평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만나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도우며 살다 오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나자렛성가회를 설립, 운영해왔다.

국문학 박사이면서 사회복지대학을 졸업한 이인복 교수는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사회복지는 덕이 아니고 생명의 의무라는 것. “나 대신 누군가 고통을 대행하여 내가 그 불행에서 면제되었으니 사회복지는 선행이 아니라 빚을 갚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폭력을 당하는 당사자들조차 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점에 한탄했다. 본인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이 일어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만 잘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가진다는 것. 그래서 자식들이 폭력을 학습하는 삶을 살게 함으로써 가정폭력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그는 말했다.

“아직도 ‘감금된 내 아내 내놔라’며 가해자가 문 앞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있습니다. 경찰을 대동하고 찾아오는 이도 있고 동사무소에서 거처를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남성들이 모든 여성들을 내 아내, 내 딸, 내 누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민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성가원과 성가정에서는 마음의 치유뿐만 아니라 직업훈련 과정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고 당당하게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쉽게 포기하고 업소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충동을 느낄 수 있다”면서 “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성매매 업소 운영 행위는 범죄시되어야 한다”면서 극비리에 전국 업소를 일제 단속하는 ‘여성해방의 날’ 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나자렛성가회는 최근 홈페이지(www.nazarethhome.or.kr)를 새로 만들었다. 그동안 집필한 책들과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 그리고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편한 여성복을 개발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재정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함이다. 종합 복지관으로 성가회 공동체를 이끌어 갈 차세대 여성 인력,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가진 2세 지도자 양성도 과제다.

“피해 여성들과 가정 그리고 사회 통합에 다리 역할을 하고, 상처 입은 여성들의 아픔을 싸매주는 붕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여성들을 내 가족처럼 바라보는 민족공동체 의식을 온 국민에게 전파하는 데 남은 생을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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