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함만 강조하는 드라마, 현실적인 시대극이 필요
비참함만 강조하는 드라마, 현실적인 시대극이 필요
  • 윤혜란 /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 운영위원
  • 승인 2008.10.24 11:53
  • 수정 2008-10-24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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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에덴의 동쪽’

과거의 일들을 조명하는 일은 그 시대를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분명 편치 않은 한 부분이지만 아픔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래서인지 과거 시대의 삶은 단지 울분과 고난, 오열의 연속처럼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시대극은 대체로 어둡고 무겁다.

드라마 속 인물의 삶을 고통과 동일시하다 보니 분명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도 재미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삶을 살아가며 받았을 위로에 대해서 드라마는 충분히 조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들의 역사 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그 시대적 아픔과 진한 어둠, 그리고 대극이 주는 위엄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왔지만 ‘어둠’으로 편중된 시대인식으로 인해 드라마를 보는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지나치게 무겁고 비참한 소재

억지로 짜 맞춘 비상식적 시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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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탄광촌, 밀항, 카지노, 조직폭력, 철거민 등 ‘에덴의 동쪽’을 이루는 소재는 일률적으로 무겁고 비참하다.

주인공 동철(송승헌)이 태어난 고향은 탄광촌이며 겨우 다섯 살 나이에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했고 열다섯 살에 동생의 죄를 뒤집어쓰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동철이 보여주는 어둠은 세월이 흘러 가족과 재회한 뒤에도 음울한 눈빛과 오토바이의 질주, 간간이 보여주는 폭력과 더불어 어둡게 이어진다.

이런 어두운 배경 속에서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시대 상황 역시 상식적으로 봤을 때 억지스럽다. 주인공 동철은 20대 중반이고 주변 인물인 동욱(연정훈), 명훈(박해진), 지현(한지혜), 혜린(이다해)은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간 신입생, 영란(이연희)은 19세의 어린 나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풋풋함이나 어수룩함은 찾아볼 수 없다.

동욱과 혜린이 입학식에서 시국과 맞닥뜨리는 장면부터 이들의 파란 많은 운명을 예고한다. 명훈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회사의 중역을 맡는다. 미성년자인 영란은 아버지인 국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시대를 읽는 노련함까지 갖췄다.

시대극이 개인에게 짐을 지우다 보니 20세 전후의 미성숙한 청년들이 중차대한 시국 사건을 만들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처럼 시대의 무게를 짊어지기엔 너무 어린 나이의 주인공들이 보이는 조로현상은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여성을 소유물화하는 빗나간 여성관

성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위험한 발상

이보다 더욱 거슬리는 것은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의식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 인생에 있어서 여자는 별게 아니야. 쉽게 생각을 해’라는 태환(조민기)의 말이 시사하듯 드라마 속에서 여성은 필요에 의해 소유하거나 버리는 존재일 뿐 여성관은 노소를 불문하고 찾아볼 수가 없다.

태환은 오로지 출세와 필요에 의해 여자와 만나거나 일방적 버림을 택하고 갓 스물이 된 그의 아들 명훈은 자신의 일방적 감정만으로 지현을 향해 ‘넌 내 여자야 넌 내거야’를 외친다. 외국인인 마이크조차 동철에게 ‘영란은 내 여자야, 관심 꺼’라고 말한다. 명훈은 ‘그 앨 풀무불에 집어넣어서라도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고 말거예요’라며 지현에게 집착을 보이고 ‘이대로 널 보낼 수 없다는 의미를 몰라? 널 가져야겠다는 의미야’라며 지현을 성폭행한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행동이나 의식에 대해 누구도 지적하는 이가 없다.

출생의 비밀과 핏줄에 대한 집착

신분 우위 사회 과장에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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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 드라마의 고질병인 뒤틀린 출생과 핏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증세 또한 빠지지 않는다.

태환은 내연녀 미애가 임신하자 강제로 유산시키고 명훈과 동욱은 이런 미애에 의해 부모가 뒤바뀌는 신세가 된다. 지현은 엄마 정숙이 미혼모로 낳은 자식이고 훗날 명훈에 의해 성폭행 당한 후 임신을 하게 된다. 또한 혜린은 민 회장의 배다른 자식이다.

주인공들의 이런 뒤틀린 출생 배경은 신분과 핏줄의 우위를 따지는 사회에서 성장 후의 모습에 영향을 끼친다.

어릴 때 유순하던 명훈은 스무 살이 되자 ‘나는 광업소장 아들이고 장차 대를 이어갈 후계자’라며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고 배다른 출생으로 성장한 혜린은 ‘무슨 놈의 신분요? 아버지가 밖에서 개구녕받이로 들이신 신분요’라며 출생의 설움을 민 회장에게 토로한다. 동철과 동욱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이기철의 아들임을 줄곧 상기하면서 자란다.

춘희(이미숙)도 지현에게 동욱과 헤어질 것을 종용하면서 그 이유로 지현의 핏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든다.

재미와 웃음이 없는 드라마는 어떤 중요한 의미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도 시청하기가 쉽지 않다. ‘에덴의 동쪽’은 제목에서부터 죄의 근원을 묻는다. 시국은 어둡고 거기서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모두가 무겁고 심각해서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시대극은 시대적 맥락을 놓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그 시대를 해석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면 된다. 꼭 그 시대의 고통만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제작진이 이 작품이 드라마라는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다. ‘에덴의 동쪽’, 그들의 삶과 인생은 이보다 더 무거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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