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 있었다면 금융위기 없었다”
기업들, 여성 경영진 많을수록 위기관리 로드맵 탄탄
“리더로 성공하려면 여성 키우는 조직으로 갈아타라”
여성이 기업 내 고위직에 올라야 하는 이유를 이보다 더 현실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
코델리아 청 아이비엠(IBM)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사장과 가쓰마 가즈요 일본 경제평론가, 다니앨 앨트먼 노스 야드 이코노믹스 대표는 지난 22일 오후 세계여성포럼에서 ‘기업 내 여성과 변화’를 주제로 분과세션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청 부사장은 “장기적인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한 오늘날 기업들의 최대 과제는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기업 내 최고위직에 여성을 더 많이 포함시킬수록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적어 상대적으로 위기관리에 더 강하고 ▲캐나다 연구기관이 기업 내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유무를 조사해보니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엔 절반인 54%만 있었는데 3명 이상인 경우 94%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난 9월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펴낸 보고서에서도 최고 경영진에 여성이 많을수록 위기상황에 보다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청 부사장은 “과거 제조업 위주의 기업 환경에서는 업무를 총괄하는 지휘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됐다면, 미래 지식경제 산업에서는 직원들이 서로의 능력을 적극 활용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이 요구된다”며 “이러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가 바로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견고한 유리천장을 뚫고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은 손에 꼽힐 정도다. 한국의 경우 2007년 7월 현재 기업 내 중간관리자 10명 중 1명(11.1%)만이 여성이며, 최고 경영자는 4.4%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남성보다 더 뛰어난 능력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은 “남성 위주의 보수적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MBA(경영학 석사학위)나 변호사 자격 등 남성보다 우월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성공한 여성들’의 조언은 조금 달랐다. 기업 내에서 리더로서 역량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고 여성의 능력을 키워주는 곳으로 직장을 갈아타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청 부사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9년간 법무법인에서 일했다. 하지만 두 자녀를 기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내에서 ‘예전보다 덜 일한다’고 평가받았다. 그는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IBM에 법률고문으로 입사했다. 이후 업무 범위를 점차 넓혀 지금의 부사장직에 올랐다.
앨트먼 대표는 “앞으로 능력 있는 여성들은 성별을 이유로 자신을 차별하는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며, 인재 확보에 실패한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