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주제어 변경’ 항의의 주역
지난 14일 발표된 제8회 비추미 여성대상 수상자 중 유독 눈에 띈 인물,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영기(67)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동아시아어문학과장)를 이메일과 전화로 만났다.
김 교수는 특별상 공동 수상자인 김하나씨(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책임자)와 함께 지난 7월 말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주제어 변경 움직임에 항의, 무기한 보류를 이끌어냄으로써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주인공이다.
“사건 이후 우리 국민의 애틋한 애국심을 확인할 수 있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독도라는 작은 섬이 우리나라 정체성과 얼마나 관련 깊은 곳인지 뼈저리게 느꼈고요.”
그러나 김 교수는 “독도 영유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전 세계에 떳떳한 주인의 태도로 조리 있게 설복시키는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발표할 때마다 국제사회의 반응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이런 한국 알리기 활동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63년 유학시험을 인문계 1등으로 통과하고 미국 땅을 밟은 그는 유학 직후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실린 ‘한국 여성들이 순진한 미국 병사들을 버려놓고 있다’는 기사에 격분, 유학생 70여 명의 서명을 모아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의 이런 나라 사랑 정신은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는 작고한 문학인 한무숙씨. ‘명륜장’이라 불렸던 그의 집에는 외국인을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드나들었고 어려서부터 부모의 ‘국민 외교’를 옆에서 지켜봤던 그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이 몸에 밴 것은 당연했다. 그는 독도 문제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의 좋은 점을 널리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국악인 황병기씨를 처음으로 워싱턴에 초대했고 대학에서 한국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국제한국언어학회장을 맡아 한글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고 어머니의 이름을 이은 ‘한무숙 한국 인문 콜로키움’을 설립,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어머니는 일생 좋은 친구였고 살아가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게 가르침이 됐습니다. 항상 미소와 명랑한 목소리로 ‘양반은 자기가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알아보게 해야 한다. 지름길은 좋은 것이 아니며 기초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해 주셨죠.”
유학 시절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해 온 김 교수는 은퇴를 앞둔 지금 25년간 몸바쳐온 대학에서의 한국학 연구가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싸여 있다. 종신교수가 은퇴하면 그 자리를 전임강사로 대치시켜 버리는 게 최근 미국 대학의 추세라 그가 은퇴하면 한국학과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한국학과 석좌교수 채용을 위한 기금 마련 모금을 시작했어요. 석좌교수를 부르기 위해서는 큰돈이 필요하더군요. 이번에 받은 상금 2000만원도 전액 여기에 투자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