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경제위기 과정에서 고달파지는 여성들의 삶
다양한 위기 속에서‘주변화된’여성들 자원 접근 어려워

올 가을 들어 지구인 모두를 힘들게 한 세 가지는 첫째, 미국발 금융위기의 끝 모르는 세계적 확산이 진행 중이라는 점. 둘째, 멜라민을 비롯한 다종 다양의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이 하루가 멀다 하고 폭로된다는 점. 셋째, 지구 기후변화를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10월 말이 되어도 더운 김이 가시지 않는 가을 날씨다.

이 세 가지 모두 어느 한 나라의 걱정이 아닌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으니 이를 가히 ‘걱정의 세계화’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겠다. 이런 문제들이 한 고장이나 지역이 아닌 세계적 규모로 진행될 때 우리의 무기력감은 가중된다. 그런 만큼 막연한 불안감은 깊고 넓어진다. 10년 전 한국과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려졌던 사람들, 아이 양육을 포기했던 부모들, 보살핌 받은 기억을 갖지 못했던 아이들이 희망을 품어볼 기회도 없이 경제위기를 다시 맞게 됐다. 그 과정에서 매일 유아를 먹이고 상차림을 하는 여성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헤매느라 심신은 점점 더 고달프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몰고 온 크고 작은 재난이 자연이 만든 결과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인재라는 점은 더욱 더 명백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자 중 여성과 어린이들이 생각보다 더 큰 피해를 겪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허리케인이 몰려오고, 쓰나미가 일어나는 재난에서 남녀 구분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는 이러한 일반적 생각을 충격적으로 뒤집는다. 지난 30여 년간 141개국에서 일어난 재난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의 성별차이의 폭이 그 나라 여성들이 누리는 경제, 사회적 권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평균적으로 볼 때 여성과 아동은 남자에 비해 14배나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1991년 방글라데시를 강타한 사이클론은 1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중 90%가 여성이었다. 2003년 여름 유럽에 닥친 혹서의 경우 기온 상승 때문에 사망한 여성들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았으며, 허리케인 카트리나 경우에도 가장 빈곤층이 가장 심각한 생존위협을 겪었다.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2006년 쓰나미의 결과, 남자 생존자가 여성보다 3~4배가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재난이 일어난 사회에 따라서 원인은 다양하다. 스리랑카의 경우 여자아이들에게는 수영이나 나무 타기 등을 가르치지 않은 것이 희생자 성별 차의 한 요인으로 추론된다.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여성들은 대부분 비공식 부문에 몰려 있고, 또한 비정규직, 소기업 종사자들 중 여성 비율이 더 많은 것도 한 요인이 된다. 이들의 주변적 위치 때문에 자본을 비롯한 여러 자원에 접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보를 빨리 얻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대비하기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 어린이, 노인, 환자들을 보살피는 존재들로서 위기 상황에서 단독으로 피신하지 못하거나, 안 한다는 사실이다. 위기 상황-그것이 경제적인 것이든, 식품의 안전성이든, 기후변화 재난이든-에서 여성들의 생존율은 어쩌면 인류 생존 자체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을 화두로 하여 깊이 있는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

여성들은 약하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되는 존재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어린이와 취약자들을 보호하는 강인한 존재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의 가장 마지막 보루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생존을 위협받지 않을 수 있는 정책과 제도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성인지적 감수성은 여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지구상 인류 전체가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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