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공관장 152명 중 한 명도 ‘여성’없어
‘국제협상과정’ 신설 등 정부 균형인사 노력

행정부 내 여풍(女風)이 거세다지만 고위직에서 배제되는 유리천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외교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지난 12일 공개한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대사·총영사·특명전권대사 등 해외에 파견된 재외공관장 152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전 부처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대외협상 능력을 훈련하는 ‘국제협상과정’을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행 첫해여서 선발 조건을 까다롭게 해 상대적으로 고위직 진출이 낮은 여성들은 참여가 적었지만, 남성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국제협상 분야에 여성 공무원의 진출을 늘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중앙공무원교육원(원장 정장식)은 각 부처에서 5급 이상 공무원 22명을 선발해 지난 6일부터 한 달간 ‘제1기 국제협상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6자회담 등 국제무대에서 공무원이 협상 당사자로 나설 기회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선발된 공무원 22명 중 여성은 4명이다. 김준희 행안부 중앙공무원교육원 서기관(4급), 정영숙 보건복지가족부 통상협력과 사무관(5급), 박재현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사무관(5급), 이연주 서울시교육청 지방교육 행정사무관(5급) 등이다.

국제협상과정을 담당하는 윤창희 교육원 국제교육협력관실 사무관은 “내년부터 횟수와 대상을 늘려 여성 공무원들의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한·미 FTA 협상 당시 통신·전자상거래 분과장을 맡았던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한·미 FTA 협상단에도 여성의 참여가 많았고, 앞으로도 국제협상 분야는 여성 공무원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라며 “정해진 선발조건에 맞추다 보면 여성들의 참여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행정부 차원에서 여성 협상가를 양성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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