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와 저출산
세계 경제위기와 저출산
  • 황정미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08.10.16 12:44
  • 수정 2008-10-16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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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로 일-가족 양립정책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돼
저출산 문제 불러 일으켰던 외환위기 경험 잊지 말아야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경기 하강의 터널로 들어섰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의 경제 불안을 IMF 외환위기와 비교하곤 하는데,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은 체감경기를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기억 속에서 IMF는 외환부족, 구조조정과 실업, 금융기관 통폐합 등 겉으로 드러난 경제현상뿐 아니라 더욱 심층적인 사회변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저출산이다.

거시경제 흐름이 출산율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지만 한국의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는 것 같다. 사실 외환위기 당시 1997년 출산율은 1.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저출산 문제가 충격으로 체감된 것은 5년 뒤인 2002년의 이른바 ‘1.17 쇼크’였다. 5년의 시차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위기는 이미 태중에 있는 아이의 출산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결혼을 계획하는 커플, 임신 시기를 고려하는 부부, 무엇보다 자녀 출산이 곧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맞벌이 부부들의 선택에 사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의 시차는 다소 길어 보이는데,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이른바 ‘밀레니엄 베이비붐’ 효과다. 출산율은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 2000년에 이르면 1.47로 약간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다수 한국인의 희망 자녀 수는 2명이며 따라서 저출산 우려는 기우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부터 출산율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밀레니엄 베이비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로 인해 출산이 한 해에 집중되다 보니 일시적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 후 계속 떨어지던 출산율은 공교롭게도 2007년에 약간 상승했다. 이것이 2005년부터 본격 추진한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정책과 출산장려정책의 효과라는 성급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인생 설계에 해당하는 자녀 출산이 단기간의 정부정책, 그것도 아직 도입 초기에 불과한 정책에 과연 그렇게 민감하고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든다. 2001년에 그러했듯이 만약 이번에도 잠시 올랐던 출산율이 경제위기의 효과로 인해 내년, 후년부터 다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정책효과에 대한 많은 가설과 주장들이 다시 흔들릴 공산이 크다.

한국의 인구정책은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 직접 개입하고자 하는 과도한 국가공학적 발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피임 시술과 피임약 복용 대상자를 직접 찾아 나섰다면, 이번에는 출산 장려를 위해 불임시술 대상자를 모으는 쪽으로 바뀐 셈이다. 그러나 단기적 성과를 위해 오로지 여성의 자궁과 태아에만 초점을 맞추는 좁은 시각의 정책에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은 결코 찾아낼 수 없다.

자녀 출산은 단지 임신과 출산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인생설계, 특히 어머니들의 삶의 진로를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여성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기를 원한다면 아동과 어머니의 삶의 질을 일정하게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판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선의 출산 장려정책은 아동복지와 일-가족 양립정책이다.

이미 일-가족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혹시 경제위기를 이유로 추진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아동복지와 일-가족 양립정책을 다시 한 번 다잡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이것 또한 IMF의 뼈아픈 경험에서 얻은 귀중한 교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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